금단현상
꽃이 진 자리
촌놈과 떡장수
나의 마니또
십자수

지은이의 말
책 읽는 가족 여러분에게

요즘 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속 마음을 통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도 마음을 읽어주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면 관계는 멀어지고 맙니다. ‘금단현상’에 담긴 5편의 동화는 마치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을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아이들 사이에 맺어진 우정,풋사랑,열등감,질투 등은 모두가 관계 속에 형성된 감정들이지요. 이런 감정의 묘한 떨림과 조화를 느끼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만나볼까요.

표제작 ‘금단현상’은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반전이 흥미롭습니다. 효은이는 현기를 짝사랑하지만 현기는 미란이와 친합니다. 효은이는 현기가 전학을 간 후에야 이메일로 그동안 간직했던 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엄마가 인터넷 사용을 금지해 효은이는 현기의 메일을 확인할 수 없었어요. 금단현상에 시달리던 효은이는 며칠 후 현기라고 여겨지는 아이의 전화를 받고 뛸듯이 기뻤습니다. 이후 인터넷 대신 매일 반복되는 전화 통화에 깊숙히 빠져듭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방은 현기가 아니라 장난 전화를 건 효은이 또래의 아이였습니다. 이 한바탕의 소동으로 효은이는 실망했지만 내적 자아가 성장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왕따시키고 제멋대로 구는 미란이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아이로 변했답니다.

또 ‘꽃이 진 자리’는 손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애틋한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나’는 아파트 단지 안의 공원에서 분홍색 털실로 스웨터를 짜고 있는 할머니의 말벗이 돼줍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벚꽃이 등을 켠것처럼 환하지?”라며 말을 건네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찾아갑니다. 소녀는 할머니가 캐나다에 있는 손녀에게 준다며 뜬 스웨터가 사실은 자신을 위해 짠 것임을 알게 됩니다. 이외에 ‘촌놈과 떡장수’ ‘나의 마니또’ ‘십자수’도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어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답니다.

[국민일보 / 2006.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