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어린이 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세계와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우리나라 어린이 책 독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앤서니 브라운이 직접 그의 작품관을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가족과 학교생활에 관한 것부터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린이 책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각 작품마다의 특징과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의 작품에 유독 고릴라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 작품 속 요소요소를 숨겨 놓는 까닭,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 방법,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법 등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그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 등 다양한 정보가 펼쳐집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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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은 단연코 가장 독창적이며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재능을 가진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어린이들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앤드류 모션 (영국 부커상 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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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의 개를 산책시키는 사이에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같은 공원에 개를 산책시키러 나온 한 남자와 한 여자―서로 모르는 사이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개들은 서로 즐겁게 어울려 놀지만 개 주인들은 심지어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있기만 한다. 사실 특별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우리 친구 하자』와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에서 두 차례 다시 이야기하리라고는 그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 별 감흥이 없었다. 프로젝트를 완수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개를 그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만화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개들―성질 순하고 장난기 많은―로 그리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도 죽음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영향력을 벗어나진 못했다. 기어코 아무리 용감한 아이라도 겁에 질릴 만큼 무시무시하고 커다란 눈을 뒤룩거리는 동물이 탄생되고 말았다.
(본문 42쪽)

“왜 그렇게 고릴라를 많이 그렸어요?”
아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독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여기에는 최소한 네 가지 대답이 있다.
첫 번째는, 고릴라가 보기에 근사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물원에서 고릴라(아직 야생에서는 고릴라를 본 적이 없지만 꼭 보고 싶다.)를 보면서 몇 시간씩 보내곤 한다. 심지어는 하루 종일 고릴라의 얼굴을 연구하며 보낼 수 있다. 나이 든 피부에 새겨진 주름과 골 덕분에 노인의 얼굴은 젊은이의 얼굴보다 그림으로 그리기에 훨씬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고릴라의 얼굴은 더욱 호소력이 짙다. 주름과 혹, 굳은살, 울퉁불퉁하게 부풀어 오른 살, 털, 근육을 보면 연필을 놀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고릴라를 그리는 것에 싫증이 난 적이 없다.
두 번째로, 고릴라는 사람과 무척 비슷하다. 고릴라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과 진배없다. 오래도록 들여다보면 고릴라 속에 또 다른 사람이 있어서 나를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섬뜩하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 정도로 고릴라는 사람과 닮았다.
(본문 78쪽)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한 가지는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은 모두 똑같다는 사실이다. 그림에서 발견하는 디테일, 말, 재미있다거나 무섭다고 느끼는 것들……. 어디를 가든 어린이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그림책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어린이들이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국가 사이의 문화적 격차 때문에 독자를 제한시키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 인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차이란 나이가 들면서 학습하게 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와는 이런저런 점이 다르다.’라고 배우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들이 전혀 다르지 않으니까.
나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책을 펴냈지만 세계적으로 내 책이 큰 호응을 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 결과 나는 근래에 더욱 많은 나라에서 초청받고 있다. 그러면서 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겁쟁이 빌리』의 탄생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영향이 크지만 랭커셔 출신 우리 어머니의 공도 어느 정도 담겨 있다.
(본문 204쪽)

(출저- 오픈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