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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정본 한하운시집』, 무하문화사, 1964

♣ 한하운(1920～1975) 함남 함주 출생, 시집 『한하운시초』, 『보리피리』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의연히 가는 길

♣  도움말
이 시의 화자는 문둥병 환자이다. 천형(天刑)의 형벌인 나병에 걸린 시적 화자의 삶은 고달프다. 그 고달픔은 “가도 가도 황톳길”이란 시구처럼 끝이 없는 고행의 지속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아득하고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시적 화자는 쉽게 절망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문둥병 환자가 처한 상황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은 우리 인생사에서 별로 많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그마한 불행에 대해 최대의 불행인 것처럼 슬퍼하고, 울고, 고통스러워 한다. 막막하고 황량한 상황에서 같은 문둥병 환자를 만나면 동류의식을 느끼고 주어진 상황에 끝까지 의연히 대처해 나가는 시적 화자의 삶에서 도리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사소한 일상사에 절망하고 슬퍼했던 우리들의 보잘 것 없는 행위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위였는지 이 시를 통해 반문하게 된다. 문둥병에 걸린 자신을 학대하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몸뚱이라도 따뜻하게 감싸안을 줄 아는 정신이 부럽다.

♣ 관련 내용
페스탈로찌는 어린 시절 몸이 약하고 수줍음이 많아서 또래 아이들에게 겁쟁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했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산새들의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숲 속 길을 걸으며 그는 매우 즐거워 했다. 어느새 날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지자 그들은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는데 돌아가는 길에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다. 페스탈로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는 틀림없이 할아버지가 자기를 업고 건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할아버지는 그의 손을 놓더니 혼자 펄쩍 뛰어 시냇물을 건너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저는 어떻게 해요?”
페스탈로찌가 놀라 발을 동동 구르며 울먹거렸다.
“뭐가 무섭다고 그러느냐? 뒤로 두어 발짝 물러서서 힘껏 뛰어 봐.”
할아버지의 말에 페스탈로찌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못 건너면 할아버지 혼자 갈테다.”
어둠 속에서 냇물 소리는 더욱 무섭게 들리는데 할아버지는 혼자서 앞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순간 홀로 남겨진다는 두려움에 놀란 그는 엉겁결에 펄쩍 뛰어 냇물을 건넜다. 그러자 뒤돌아섰던 할아버지가 달려와 그를 다정하게 안아 주셨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잘 했다. 이제 넌 언제든지 네 앞에 나타난 냇물을 건너뛸 수 있을게다. 얘야, 무슨 일이든 마음 먹기에 달렸단다.”
할아버지의 말씀과 그날의 경험은 페스탈로찌가 어른이 된 뒤 많은 실패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도록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 『좋은 생각』, 1998. 11.)

♣  관련 어록 및 어휘
ꊱ 자유 의지는 도둑의 손이 미칠 수 없는 재보다. 《에픽테토스》
ꊲ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은 통한다. 《H.허드슨》
ꊳ 의지가 있는 자에겐 힘이 있다. 《메난드로스/단편》
ꊴ 사람이 사람답게 될 수 있는 힘은 오직 그 의지력에 있다. 깨진 물바가지로는 물을 뜰 수가 없다. 의지력이란 한 개의 물바가지에다 비유할 수 있다. 물을 온전히 뜨려면 물바가지가 튼튼해야 한다. 생활력이 없고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의지력이 약한 까닭이다. 늘 자기를 명령하고 자기를 통제해 나갈 때 운명은 절로 굴복할 것이다. 《미상 》
ꊵ 극기가 가장 위대한 승리이다. 《플라톤/법률 》
ꊶ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싸움이며 자기 자신에게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승리이다. 《F.로가우/독일 격언집》

♣  생각 거리
1. 자신에게 불행한 상황이 닥쳐왔을 때 좌절하고 절망한 적은 없었던가?
2. 내가 심각하게 생각했던 문젯거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사소한 문제인 적은 없었던가? 긍정적 삶의 자세나 의지로 대부분의 불행은 극복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3. 어렵고 불행한 순간에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 또는 더 불행한 사람을 통해 자신의 난관을 극복해 보는 지혜를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