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 스티커
- 지은이
- 황보나
- 출판사
- 문학동네
- 페이지수
- 168p.
- 대상
- 청소년
중학생 은서는 어느 날, 별로 친하지도 않은 강민구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재욱이 요즘 들어 잠을 못 자는 이유도, 공부 잘하던 양도훈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이유도 모두 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그만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써서 화분에 붙이고 뭔가를 빌면 그게 이루어진다고 말하던 민구는, 그 힘을 이제 은서를 위해 쓰고 싶다고 말하며 고백한다. 자꾸 말을 두 번씩 하게 만들고, 말할 때 사람 눈을 쳐다보지 않는 민구지만 할머니를 세심하게 챙기는 걸 보면 착한 아이인 것 같긴 하다. 민구와 할머니, 명두 삼촌까지 어쩌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아이스크림을 까먹게 되었지만 은서는 의외로 끼지 말아야 할 데에 끼어있는 느낌은 아니다.
지금부턴 원래 없던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각자 잘 살자고 하며 떠나간 엄마, 언제나 신경 쓰이지만 정작 은서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혜주, 친구 없이 지내는 교실에서의 하루하루와 유일한 말벗인 한 살배기 동생 루비, 은서를 챙겨주려는 마음이 진심인 건 알지만 아직은 어색한 루비 엄마. 만만하지 않은 일상에서 은서가 터득하게 된 것은 상대방이 모르게 그를 관찰하는 요령, 궁금한 질문들을 없애는 법, 매순간 어떤 계산을 하게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다쳤으면 좋겠다는 어두운 욕망이다. 민구가 내민 빈 네임 스티커에 충동적으로 두 개의 이름을 적어 건넨 뒤부터 은서의 마음속을 헤집어놓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점점 더 거세져 간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관계들이 은서의 세상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명두 삼촌은 은서를 위로하고, 소슬덕 할머니는 은서를 웃게 한다. 민구는 어느새 은서의 눈을 오래도록 마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엄마는 은서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던 루비 엄마의 말이 은서의 마음 안에서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한다.
마음이 가진 힘에 대해 돌아보게 된 은서와 민구는 그동안 무겁게 자신들을 짓눌러왔던 자신들을 향한 미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그 힘을 동력 삼아 일어나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힘차게 스스로를 구해내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또렷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괜찮지 않은 나날들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별하고 희귀한 자원이 아니라 이상한 존재들을 이상한 힘으로 끌어안는 이상한 사랑임을, 사려 깊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