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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정주 시선』, 정음사, 1956

*무등(無等) : 광주에 있는 산 이름

♣ 서정주(1915～ 2000 ) 전북 고창 출생. 시집에는『화사집』,『귀촉도』등

♣  도움말
‘가난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가난의 기준은 아마도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진실로 가난한 사람은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헐벗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가난은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데서 생겨납니다. 아무리 억만장자라도 그보다 더 부유한 사람과 비교를 함으로써 그는 가난뱅이가 됩니다.
십 년도 더 되어 초가삼간 한 채를 짓고 나 한 간 청풍 한 간씩 들이고 나니 강산은 들어갈 곳이 없으니 그냥 둘러 두고 보겠다는 우리들 조상의 여유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마음의 여유이며 자기를 속박하지 않는 자유로움입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큰 재산이나 돈을 주더라도 그는 결코 부자가 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열등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맙시다. 분수에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쟁이가 되지 맙시다.

♣  관련 내용
가난이란 사람의 속까지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속에 푸르게 살아있는 생명력마저 가리는 것은 아니다. 햇빛 속에 그 짙푸른 등성이를 드러내고 있는 여름산같은 생명력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이다.
청산, 곧 자연의 품안에서 고상하고 향기 그윽한 지초와 난초가 자라나듯 생명력을 가진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길러야 한다. ‘새끼들’은 우리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죽을 날이 다가오는 인생의 황혼기, 인간은 자연이 지닌 생명의 섭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더 생명의 근원인 지어미와 지아비(그것은 곧 우리들 자신이다)는 서로 경건하게 바라보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그리하여 죽음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잡초 우거지고 아무렇게나 쑥풀이 자란 구렁에 묻히더라도 그것은 호젓함이다. 흙 속의 옥처럼 생명이 그윽하게 쉬는 것이다. 자연 속에 깊이 동화되는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가난한 삶이 인간 삶 속에 흐르는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력마저 가릴 수 있겠는가.
한때 친일시를 썼던, 그의 달관은 인생을 비껴서서 바라보는 데서 얻어진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서정주. 그의 시세계의 변모마냥, 이 <무등에 서서>도 하나의 해석을 고집할 수는 없다.
변함없는 무등을 보며,(그 무등은 꼭 광주의 무등을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다. 무등은 자연이고 푸르른 생명이다)가난한 현실이 우리 안에 흐르는 생명의 힘을 결코 가릴 수 없음을 노래했다는 그의 시는 세세히 분석하기보다는 옛사람의 말처럼 백번 읽으면(깊이 새겨 읽으면)스스로 더욱 깊은 뜻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시 연구회,『독서광장』)

♣  관련 어록 및 어휘
ꊱ 가난하다는 말은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세네카》
ꊲ 가난이 살며시 집 안에 들어오면 거짓 우정(友情)은 부랴부랴 창 밖으로 도망간다.《F.뮐러》
ꊳ 괴로움이 없는 가난함은 비참한 부유보다 오히려 낫다.《메난드로스》
ꊴ 가난은 인간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독하게 불편한 것이다.《S.스미스》
ꊵ 안빈낙도(安貧樂道) : 가난함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김

♣  생각 거리
1. 가난과 행복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2. 어떤 순간에 물질적 욕심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가?
3. 있었다면 그 느낌은 어떻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