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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악시전집』, 창작과 비평사, 1988

♣ 이용악(1914 ～ 1971 ) 함북 경성 출생, 시집 『낡은 집』, 『오랑캐꽃』

♣  도움말
오랑캐꽃은 일명 제비꽃이다. 그 모양이 오랑캐의 뒷머리 모양을 닮았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외형상의 이유로 작자는 오랑캐꽃을 오랑캐와 동일선상에 놓고 고려장군에게 쫓겨가는 오랑캐의 슬픈 운명을 조명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상황은 반전된다. 오랑캐꽃의 모습에서 바로 일제 치하에 놓여 있는 우리 민족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오랑캐가 처한 상황이나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이나 시간의 격차가 있긴 하지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너와 나의 일체화된 감정, 오랑캐의 울음이 곧 자신의 울음으로 전이(轉移)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 울음은 바로 나라 잃은 백성이 느끼는 슬픈 비애와 연민으로 연결되어 폭발하고 있다.

♣  관련 내용
1910년 3월 26일 아침 10시, 이국 땅 여순의 형장에는 한복을 정결하게 차려 입은 조선인 하나가 눈을 부릅뜨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그는 곧게 앉아 두 손을 불끈 움켜쥐고 막혀 버린 동쪽을 응시하였다. 형을 집행하러 온 일본 형사들조차 그의 모습에 압도된 듯 숨죽이며 서 있었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검은 도포가 씌어지고, 목에는 줄이 매어졌다. 그 순간 불끈 쥔 그의 두 손이 하늘을 향하여 뻗쳐오르고, 그의 입에서는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그것은 일제에 대한 분노와, 조국 독립을 이루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데 대한 원통함이었다. 그러나 그 외침은 채 끝도 맺지 못하고, 그는 망국의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두었다.
“내가 죽거든 시체는 우리 나라가 독립하기 전에는 조국의 땅에 안장하지 말아 달라.”
그의 유언이었다. 또한 죽어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리라는 맹세이기도 하였다. 그가 바로 하얼빈 역에서 이등박문을 사살한 안중근(安重根)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바로 1910년 8월 29일에 한민족 역사에 전무후무한 치욕스런 사건인 경술국치가 일어났다. 을사보호조약 이후 주권의 대부분을 빼앗긴 대한제국을 일제는 합병해 버렸다. 그들은 계획대로 우리 민족에게 족쇄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우리 국토와 민족을 유린하기 시작하였다.
(「삼천리 강산을 등에 업고」;『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들기 어렵고』, 한국어린이재단)

♣  관련 어록 및 어휘
ꊱ 슬픔은 남에게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완전히 가시지는 않을망정 누그러질 수는 있다. 《P.칼데론》
ꊲ 슬픔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서 가운데 최고의 것이고, 동시에 모든 예술의 전형이요, 시금석(試金石)임을 이제야 나는 알았다. 《O.F.O.W.와일드/옥중기》
ꊳ 병들어야 설움을 안다. (＊괴로운 일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설움을 모른다는 뜻)
ꊴ 단장심회(斷腸心懷) : 몹시 슬픈 마음.
ꊵ 불승비감(不勝悲感) : 슬픔을 이기지 못함.
ꊶ 망국우수(亡國憂愁) : 망하여 없어진 나라에 대한 수심.

♣  생각 거리
1. 집이나 학교, 나라가 왜 나에게 소중한 지 그 이유를 말해 보자.
2.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슬퍼지고 저절로 울음이 나온다. 소중한 것을 상실한 후에 진실로 울어본 적이 있으면 그 경험을 서로 이야기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