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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빈 산이 젖고 있다』, 미래사, 1991

♣ 이성선(1941～ ) 강원 고성 출생, 시집 『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빈 산이 젖고 있다』

♣  도움말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순결하다. 별, 들꽃, 나무, 물 모두 자연 그대로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점점 사회가 산업화되어 가면서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삶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가게 되었다. 이제 별을 노래하고,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 시인은 별과 같은 사람, 꽃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눈부신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순결한 삶을 꿈꾸고 맑은 사랑 하나 하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순결함과 맑은 사랑의 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각박한 현실사회에서 어쩌면 이루기 어려운 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아무리 세속화되더라고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랑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이다.

♣  관련 내용
고등학교 1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 국어 선생님이 앞을 보지 못하신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고 보니 국어 선생님은 교과서를 보실 때에도 몇 쪽에 무슨 내용과 어떤 그림이 있는지 외우듯 수업하셨고, 교실에 들어오고 나갈 때도 항상 벽에 손을 짚고 걸으셨다.
그 뒤 우리는 선생님이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눈이 나빠져 결국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국어 시간은 마치 자율학습 시간과 다를 바 없었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든 말든 아이들은 책상 위에 다른 책을 펼쳐 놓고, 또 엎드려 자기도 했다.
중간고사를 하루 앞둔 국어 시간이었다. 그날 아이들 대부분은 다음날 볼 시험에 대비해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책상에 국어 책 외에 다른 책 펼쳐 두고 있는 놈들 밖으로 나가거라!” 우리는 잔뜩 겁에 질려 모든 행동을 멈추었고, 여기저기 밖으로 나가는 친구들의 발소리만이 침묵을 깨고 있었다. 잠시 뒤 교실엔 군데군데 대여섯 명의 학생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남은 애들 몇 명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말씀에 너무 죄송스러운 나머지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날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하며 복도를 돌아 계단을 올라가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였다.
그런데 얼마 뒤 국어 선생님이 바뀐다는 얘기가 들렸다. 지난 날 우리의 잘못 때문에 학교를 그만 두시는 줄 알고 우리는 수업시간에 그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 일은 이미 다 잊어버렸다. 그 동안에는 교과서 내용을 다 외우고 있어서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가 모두 바뀌니 너희들을 가르칠 수가 없구나. 사람이란 자신이 있어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하지 않겠니? 그럴 수 있을 때 아름다운 거란다.”
선생님의 검은 뿔테 안경 속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얼마 뒤 국어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셨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황유미, ⌈아름다운 국어선생님⌋ ; 『좋은 생각』, 1998. 11)

♣  관련 어록
ꊱ 참다운 사랑은 유령의 출현과도 같다. 모두가 그 얘기를 하지만 그걸 본 사람은 거의 없다. 《F.라 로슈푸코/잠언(箴言)과 성찰》
ꊲ 나무의 기둥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나뭇가지도 사랑한다. 《J.B.P.몰리에르》
ꊳ 진정한 사랑은 인격을 높이고, 심정을 견실케 하고, 또 생활을 정화한다. 《H.아미엘》
ꊴ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다. 인간의 존재와 같이 사랑은 완전무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없는 것이다. 《J.G.피히테/독일 국민에게 고(告)함》
ꊵ 진실된 사랑은, 오로지 사람에게만 신(神)이 준 선물인 것이다. 《W.스콧》
ꊶ 사랑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아름다운 사랑, 둘째 헌신적인 사랑, 셋째 활동적인 사랑. 《L.N.톨스토이/청년시대》
ꊷ 사랑이란 자기 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L.N.톨스토이》
ꊸ 아무도 사랑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란 우리의 생명과 같이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F.M.뮐러/독일인의 사랑》

♣  생각 거리
1. 내가 꿈꾸는 사랑은 세속적인 사랑인가, 순결하고도 이상적인 사랑인가?
2. 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맑고도 순결한 사람이 되고 싶은 적이 과연 있었던가?
3. 맑은 눈빛으로 내 자신의 내부를 응시해 본 적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