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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청담(晴曇)』, 일조각, 1964

♣  박목월(1916～1978) 경북 경주 출생, 시집『청록집』,『산도화』

♣  도움말
‘저녁 무렵, 가족은 한 밥상 앞에 모였다. 맞은 편에는 아내가 앉았고, 사이에 아이들이 앉았다. 오랜만에 한 가족이 모두 같이 모였다. 아버지는 일에 너무 바빠서 어느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어머니 또한 사회운동이나 봉사 활동에 함께 할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지쳐있고. 식구들은 공통의 화제를 갖지 못하고 이웃집 사람처럼 서먹서먹하다.’ 이제 이런 풍경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늘 우리들 산업 사회는 목적지를 잃은 열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 왔다. 그런 사이 우리는 정말 우리가 소중하게 추구해야 할 그 무엇을 잃어버리지나 않았는지……

♣  관련 내용
어느 산골 동네에 사는 처녀가 산나물을 캐러 산에 갔다. 나물을 따라 점점 깊은 산 속에까지 가서 바구니에 가득 나물을 캤다. 돌아오는 길에 큰 바위 아래를 지나려니까 바위 아래 양지에 강아지 같아 보이는 짐승이 너댓 마리 옹기종기 모여 장난을 치고 있었다. 서로 얼싸 안고 무는 시늉을 하며 노는 꼴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처녀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어린 짐승이 노는 모양을 보다가 “아이, 귀여워라.” 하며 곁에 가 앉아 손으로 털을 쓸어 주면서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런 산 속에 강아지 같은 짐승이 너댓 마리나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처녀는 그게 무슨 짐승인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 어린 짐승이 귀여워 바위 아래에 앉아 쓸어 주고만 있었다. 이때 바로 처녀의 머리 위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헤헤헤…….”
처녀는 깜짝 놀랐다. 이런 깊은 산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도둑이라도 만나면? 그런 무서운 생각이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아, 커다란 호랑이가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지 않겠어?
처녀는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마구 뛰어 달아났다. 나무숲을 헤치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무작정 뛰었다. 호랑이는 달아나는 처녀를 멀거니 보고 있다가 나무숲에 가리어 안 보이게 되자 어슬렁어슬렁 처녀의 뒤를 따라 갔다.
처녀가 귀여워 어루만지고 있던 강아지 같아 보이던 짐승들이 그 호랑이의 새끼들이었다. 어미 호랑이는 바위 위에서 새끼를 귀여워해 주는 처녀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처녀가 제 새끼를 헤치지 않고 사랑해 주는 걸 알고 좋아서 헤헤헤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처녀가 호랑이를 보고 질겁을 하여 도망을 치므로, 호랑이는 그 처녀가 어디로 가나 따라 가서 가는 곳을 보아 두었다.
그날 밤 처녀의 집 울안에는 처녀가 산에서 호랑이를 보고 놀라 내버리고 온 산나물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가득 담겨 있는 산나물을 엎지르지도 않고 그대로 고이 가져다 놓은 것은 바로 그 어미 호랑이였다.
(「우리 민담」에서)

♣  관련 어록 및 어휘
ꊱ 어버이는 자식의 영광이요, 자손은 늙은이의 면류관이다.《구약성서》
ꊲ 본래 가족이 줄 수 있어야 할 근본적인 만족을, 가족이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 현대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불행이며 불만의 가장 뿌리깊은 원인의 하나이다.《B.러셀》
ꊳ 가장이 확고하게 지배하는 가족 속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평화가 깃들인다《W.괴테》
ꊴ 권속(眷屬) : 한 집안의 식구

♣  생각 거리
1. 가족의 사랑이 가장 충만할 때는 언제, 어떤 상황이었을 때였나?
2. 만약 처녀가 또 다시 산에서 호랑이를 만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