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이웃
- 지은이
- 유승희
- 출판사
- 책읽는곰
- 페이지수
- 176
- 대상
- 초등5~6
<<책소개>>
같은 동물끼리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느 동물 마을에,
고라니 아빠와 흰염소 엄마, 꽃사슴 딸로 이루어진 이상한 가족이 있다.
마을 동물들은 이 가족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토끼 가족만이 유일하게 이들과 가까이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꽃슴이가 아프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토끼 아들 토돌이가 자기도 같이 왕따를 당할까 봐 꽃슴이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고라니 부부는 꽃슴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친했던 토끼부부마저 등을 돌린다.
<<출판사제공 책소개>>
보수적인 시골 마을을 뒤집어 놓은 ‘조금 다른’ 가족
고라니가 외지에서 만난 흰염소 아내와 결혼하여 고향에 정착하자, 조용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도시에서는 다른 종족끼리 결혼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이따금 풍문으로 들려오기는 했지만, 이 마을에서는 그런 일이 처음이었거든요. 마을 동물들 모두가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며 손가락질하는 가운데, 토끼 부부가 든든하게 곁을 지켜 주어 고라니 부부는 지금껏 이 마을을 뜨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부부가 길에서 주운 딸 꽃슴이와 토끼 부부의 아들 토돌이도 사이좋은 친구로 잘 지내 왔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꽃슴이가 시름시름 아픕니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토돌이가 앞장서서 꽃슴이를 따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토돌이는 엄마 아빠의 추궁을 받자, 꽃슴이랑 친하게 지내면 자기도 같이 따돌림 당할까 봐 그랬다고 고백합니다. 골목대장 멧돌이와 그 패거리들이 ‘다른 종족끼리 결혼한 콩가루 집안’이라며 빈정대는 분위기가 교실 전체를 사로잡아 버린 탓이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나만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느냐는 것이 토돌이의 항변입니다. 고라니 부부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꽃슴이는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며 묵묵히 학교에 다닙니다.
토끼 부부의 어긋난 자식 사랑
그동안 토끼는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다른 종족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라니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 왔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모두 등을 돌려도 줄곧 고라니 가족과 함께했지요. 그러나 자식인 토돌이가 꽃슴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이 변해 갑니다.
엄마 아빠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괴롭힘이 점점 더 심해지던 어느 날, 꽃슴이가 학교에서 조퇴한 뒤 사라지고 맙니다. 뒤늦게 꽃슴이를 찾아내긴 했지만, 고라니 가족은 이 사건이 있은 뒤 집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토끼는 함께 꽃슴이를 찾아다닐 때 “꽃슴이를 괴롭힌 아이들을 용서할 수 없어.”라고 하던 고라니의 섬뜩한 목소리가 내내 귓가에 맴돕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라니 가족을 마을에서 쫓아내기로 마음먹지요. 일부러 불을 내고 고라니가 한 짓인 것처럼 꾸며서 말입니다.
비뚤어진 어른들, 그 편협함을 그대로 닮아 가는 아이들
이야기 속에서 꽃슴이를 맨 처음 괴롭히기 시작한 아이는 멧돼지의 아들 멧돌이입니다. 멧돼지는 마을의 온갖 궂은일에 맨 먼저 팔 걷고 나서는 정의감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멧돼지가 말하는 정의는 모두를 포용하지는 못합니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판단되는 대상에게는 냉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심지어 도리에 어긋난 결혼을 해서 마을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킨 고라니 가족에게 문제가 있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멧돌이가 ‘착한 아이에게는 잘해 주지만, 꽃슴이 같은 애들은 혼 좀 내 주어도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제 아버지의 생각과 꼭 닮아 있습니다.
고라니가 흰염소와 결혼했을 때, 고라니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마저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라니처럼 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모두들 고라니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니 멧돌이 패거리가 꽃슴이를 괴롭히는 행위에 교실의 어떤 아이들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가로막지 않습니다. 아이들 생각에 꽃슴이는 ‘그런 일을 당해도 싼’ 아이니까요.
피해자인 척하는 가해자, 가해자가 되어 버린 피해자
마을의 모든 동물들은 점점 멧돼지의 논리처럼 ‘저 가족 때문에 우리 마을이,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라는 생각으로 치닫습니다. 이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 일부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냈던 시선, 미투 운동의 흐름 속에서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족, 장애인,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와 약자를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편한 존재’로 바라보는 우리의 편협한 시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하늘의 밝은 달은 누가 훔쳐 갔을까?
점점 더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이 이야기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지는 존재는 토돌이입니다. 토돌이는 아이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장서서 친구를 따돌렸지만,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상황을 바로잡으려 애를 씁니다. 자식 때문에 점점 더 그른 방향으로 치닫는 부모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지요.
마을을 떠나며 꽃슴이가 묻습니다. “엄마, 하늘의 밝은 달은 누가 훔쳐 갔을까?” 이 책을 덮으며 이지러진 달은 다시 차오른다는 희망을 발견할지, 어둠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비관으로 치달을지는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솜씨 좋은 이야기꾼 유승희 작가의 새로운 우화
유승희 작가는 오랫동안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오다 뒤늦게 동화를 쓰기 시작한 뒤로, 주로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여 인간의 본성과 인간 사회의 여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을 써 왔습니다. 《불편한 이웃》은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하겠습니다. 소수자를 질시하고 배척하는 자신의 편협함을 사회 질서를 지키려는 정의감으로 포장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지요. 천연덕스러운 이야기꾼 유승희 작가의 작품답게 한달음에 술술 잘 읽히지만, 적당한 반성과 화해로 얼버무리는 ‘동화다운 결말’은 이 책에 없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