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혜진이의 아빠가 직장을 그만두고 봉담읍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파트에서 더 변두리인 보통리로 이사를 가는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혜진이, 세진이, 경진이는 처음에는 학교와 멀어지는 것이 싫어서 이사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으나 강아지를 기를 수 있다고 하여 이사갈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사를 가서 학교에 가는 첫날은 아빠의 고물 트럭을 타고 가서 또 불만이지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 제일 친한 단짝인 정현이랑 함께 다닐 수 있어 신이 납니다. 한편 아빠도 집 옆에 붙여 세운 창고에 단추공장을 차리게 되어 몇 달째 잃었던 기운과 웃음을 되찾게 됩니다.
이 책 『흥부네밥』은 도시의 변두리에서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서로 아끼며 돕고 사는 가족사랑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또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바로 나의 이야기, 우리들 이야기처럼 친밀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폭의 에피소드를 보는 듯 잔잔한 감동 속으로 우리들을 빠져들게 합니다.

오래된 극장 안에서 소년과 소녀, 그리고 테오 아저씨는 이집트와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듭니다. 추운 겨울날 가진 것이라고는 무화과 나무한 그루뿐인 소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니 무화과 한 개가 열렸습니다. 마음 착한 소년은 그것을 여왕에게 가져다 바치고, 소녀는 그에 대한 선물로 금화를 받게 됩니다. 그 다음날은 침대, 또 다음날은 물병 등을 상으로 받자, 욕심이 난 궁정 관리인이 여왕과 소년을 속이려고 하는데…….

저자 미셜 오슬로는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왕자와 공주 이야기’ 즉 보편적인 동화 코드 안에 ‘키루쿠와 마녀’에서 보여준 튀는 재치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집어넣었습니다. 여기에 배경과 소품에만 색을 입히고, 등장 캐릭터는 검은색으로 처리한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환상적인 효과를 첨가했습니다. 독자들이 저마다 다른 왕자와 공주를 상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아직 쇠무릎이라는 풀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의 그림을 통해 본 쇠무릎은 아름다운 꽃밭속에 삐죽이 나온 잡초처럼 볼 품이 없었다. 게다가 이름도 쇠무릎이라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는 이름이다. 아마 본 적이 있었어도 분명 '잡초려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그런 쇠무릎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도대체 뭘까 싶었다. 아름다운 꽃도 많고 많은데.

절마당 꽃밭에 피어 있는 그 '보잘것 없는' 쇠무릎은 스스로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다른 꽃들이 놀릴 정도로 생긴 것도 볼품이 없는데다 자신의 이름마저 모르는 쇠무릎은 답답해하면서도 '나에게도 이름이 있겠지' 하고 한가닥 희망을 품는다.

어느날 쇠무릎은 절마당의 바위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며 눈물을 글썽이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큰 별'이란 뜻의 태성이란 이름을 가진 그 소년이 스님에게 "네 이름값을 할 것"이란 위로를 받는 걸 보고 쇠무릎은 '나처럼 외로워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위안을 얻는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찾을 것이란 희망도 다시 한번 품는다.

시간이 흘러 쇠무릎에게도 꽃이 피는 날이 왔다. 그러나 꽃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볼품 없는 꽃모양은 또다시 다른 꽃들의 비웃음거리가 된다. 심지어 땅딸보 채송화까지 비웃을 정도로. 그러나 쇠무릎은 꽃이 진 자리에 씨앗이 여무는 것을 느끼며 그 씨앗이 마치 자신의 이름이 되는 것처럼 자랑스러워 한다. "이름 값을 할 것"이란 스님의 말을 되새기며 쇠무릎은 자신의 이름을 찾을 것 같은 희망에 넘치게 되는 것이다.

그 희망과 인내에 보답이라도 하듯, 절에 놀러온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사람의 무릎을 고치는 약효가 있는 '쇠무릎'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쇠무릎은 너무 좋아서 웃음이 터져나오고 어깨춤을 들썩인다.

이럴 때가 사람에게도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왜 내가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지' '나는 왜 태어났는지' '내 존재의 의미가 뭔지'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는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분명한 건 내 존재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잡초처럼 보잘것 없는 쇠무릎이 되든지, 아니면 할아버지의 병든 무릎을 고칠 수 있는 귀하디 귀한 쇠무릎이 되든지 그것은 전적으로 쇠무릎의 자각에 달려 있는 것처럼. 자부심, 즉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감은 사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힘이 있다. 그건 스스로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참 보기 좋은 일이다. 초등학교 전학년. (경향신문 이무경 기자 , 2003-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