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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하늘밥 도둑』, 창작과 비평사, 1993

♣ 심호택(1947 ～ ) 전북 옥구 출생, 시집『하늘밥도둑』

♣  도움말
‘개학 날짜 다가오는 것 웬수 같아라’ 한 마디만 들어도 다 공감할 수 있겠다. 방학 내내 놀다가 개학날이 다가오면 숙제하랴, 일기 쓰랴 난리 법석인 것은 우리 학생들이면 거의 같은 마음 아닐까. 이곳 저곳에다 물어보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찾아보기도 하다가 그도 저도 안되면 ‘에라 모르겠다’고 포기해 버리지는 않았는가. 그 중에서도 일기장에 써넣은 날씨! 어떻게 써넣었던가 생각해 보자.

♣  관련 내용
거사(居士)에게는 게으른 병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손님에게 물었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도 게으름은 붙여두고, 몸은 미약하면서도 이 게으름은 간직하여, 한 채 있는 집에 풀이 우거져도 게을러서 건사하지 아니하며, 수많은 책에 좀이 쓸어도 게을러서 펼쳐보지 아니하며, 머리가 헝클어져도 게을러서 빗지 아니하며, 몸에 병이 있어도 게을러서 치료하지 아니하며, 남들과 농지거리하면서 노는 일에도 게으르며, 남들과 왕래하는 일에도 게으르며, 말하기도 게을리 하며, 걸음걸이도 게을리 하며, 눈으로 보는 것도 게을리 하여, 땅을 밟거나 일을 당하거나 무엇이든지 게으르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런 병을 무슨 방법으로 고치겠는가?”
손님은 아무 대답도 없이 물러가서 이 게으른 병을 어떻게 하면 낫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는 열흘이 지난 뒤에 다시 와서 말했다.
“요즘 오래 대면하지 못하니 매우 그립더군. 한번 보고 싶어 찾아왔네.”
그런데 거사는 다시 게으른 병 때문에 상면하기를 꺼렸다.
그러자 그는 굳이 청하여 상면하고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거사의 부드러운 웃음소리와 조용한 말을 듣지 못했는데, 요즘 모춘(暮春)이어서 새는 동산에서 지저귀고 날씨는 화창하며 온갖 꽃들은 만발하네. 내가 밥알이 동동 뜬 좋은 술이 있어 그 향기는 방에 가득하고 그 훈기는 독에 넘치는데, 혼자서 마시기가 마음에 미안쩍네. 그대가 아니면 누구와 함께 마시겠는가, 집에 모시는 아이가 있어 노래를 잘 부르고 생황도 잘 불며 비파도 잘 타는데 차마 혼자 듣기가 아까워서 그대를 기다리네. 그러나 그대가 가기를 꺼릴까 염려되네. 잠깐 갈 생각이 없는가?”
거사는 매우 기뻐서 옷을 떨쳐 입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대가 노쇠한 나를 괄시하지 않고 맛좋은 술과 어여쁜 자색(姿色)으로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려고 하는데 내 어찌 굳이 사양하겠는가.”
이에, 행여 늦을세라 허리띠를 서둘러 매고, 신을 재촉해서 신고는 급히 나서서 가려 하니, 손님은 갑자기 게으른 태도를 보이고 입마저 게을러서 대답하지 못할 것같이 하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태도를 고치고 말했다.
“그대가 이미 나의 청을 승낙하였으니 고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네. 그러나 그대가 전에는 말이 게으르더니 지금은 말이 빠르고, 전에는 돌아보는 동작이 게으르더니 지금은 동작이 근실하며, 전에는 걸음이 게으르더니 지금은 걸음이 빠르니, 아마도 그대의 게으른 병이 지금부터 다 나을 것 같네.
그러나 성품을 해치는 도끼로서는 여색이 가장 심하고, 내장을 상하게 하는 약으로는 술을 말하는데, 그대는 홀로 여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게으름이 저절로 풀려서 빠른 걸음걸이가 마치 저자에 가려는 것과 같으니, 아마 그대가 이대로 가다가는 성품을 훼손시키고 몸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으로 생각되네. 그래서 나는 그대가 이렇게 되는 광경을 보기 싫어서 그대와 함께 말하는 일도 게을러지고 그대와 같이 앉는 일도 게을러지네. 아마 그대의 게으른 병이 나에게 옮은 것이 아닐까?
거사는 부끄러워서 낯빛이 붉어지고 이마에 땀이 나며 이렇게 사과하였다.
“착하도다, 그대가 나의 게으름을 풍자함이여！ 내가 종전에 그대에게 게으른 병이 있다고 말하였는데, 지금 그대의 말을 들으니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보다 더 빨리 그 게으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서 종적을 감추어버렸네. 기욕(嗜慾)이 사람의 마음을 빨리 동하게 하고 사람의 귀를 쉽게 기울이게 하는 것임을 나는 비로소 알았네. 이런 식으로 간다면 그것이 사람의 몸에 매우 빨리 화를 끼칠 것이니, 진실로 삼가지 않을 수 없네. 내가 앞으로 이 마음에서 게으름을 버리고 인의(仁義)에 힘쓰려 하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는 나를 조롱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보게나.”
(이규보, 「게으름을 고치는 묘약」;『고전 읽기의 즐거움』,민족문화추진회 편, 솔출판사)

♣ 관련 어록 및 어휘
ꊱ 빌어먹던 놈은 천지 개벽을 해도 남의 집 울타리 밑을 엿본다. (＊오랜 습성은 갑자기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 《한국》
ꊲ 습관은 온갖 것의 가장 힘센 스승이다.《플리니우스》
ꊳ 습관은 한 개의 큰 노끈이다. 우리들은 매일 그것을 꼬고 있지만, 그것을 풀 수는 없다. 《H.만》
ꊴ 성상근습상원(性相近習相遠) : 천품은 원래 별로 큰 차이가 없으나 습관에 의하여 큰 차이가 생긴다는 뜻으로, 습관을 중히 여긴다는 말

♣ 생각 거리
1. 방학 숙제를 몰아 하던 기억을 떠올려 반성하는 글을 써 보자.
2. 가장 신나던 방학 숙제는 무엇이었던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