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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먼바다』, 창작과 비평사, 1984

*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오다 말다 하는 장마. * 잠방이 : 통이 큰 바지. * 꽃대궁 : 꽃이 달린 가지. * 아욱 : 줄기와 잎을 국거리로 쓰는 식물. * 바자 : 대나무・갈대・수수깡 따위로 발처럼 엮은 것

♣ 박용래(1925～1980) 충남 강경 출생, 시집 『강아지풀』,『먼바다』

♣  도움말
우선 이 시를 읽으면 잔잔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던 시어들이 사용되어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고향 어딘가의 모습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도회지 생활만 하는 학생들에게는 짐작조차 어려운 일이다.
건들장마철 해거름 무렵 갈잎으로 버들붕어를 꿰어 꾸러미를 만들어 들고 비를 피하기 위해 원두막 처마 밑에 잠시 서 있는 아이, 촉촉하게 젖어 위로 말려 올라간 잠방이 아래로 맨살의 종아리가 드러나 보인다. 비가 그치자 아이는 또 비가 올까봐 바쁜 걸음을 걸어 집으로 가고, 상추의 꽃대궁과 아욱의 꽃대궁이 비에 젖어 하얗고, 고향 마을 사람들은 쓰러진 바자로 만든 울타리를 일으켜 세우고, 오이 넝쿨을 거두고 손길이 바쁘다.
오염되어 가는 오늘날 농촌 마을에선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고향 마을의 정경을 보여주는 시이다.

♣  관련 내용
비가 그친 하늘에 뭉게구름이 하얗게 솟아오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구름과 하늘과 산이다. 저렇게 깨끗한 푸르름과 저렇게 하얀 구름과 저렇게 파란 하늘빛을 본 것이 언제였던가. 아득한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날씨는 지독하게 무덥고 운동장 가장자리 벚나무 숲에선 온갖 매미들이 울어대고 학교 뒤뜰엔 샛노란 개살구가 익었다. 저 건너 산에 나무들이 또렷이 보이고 집들이 또렷이 보인다.

작은 산봉우리 위에 둥둥 떠 있는 하얀 조각구름은 우리 민해가 그린 구름 같다. 박고석의 그림이 저렇게 단순했지 아마. 난 그의 그런 단순한 산들을 좋아했다. 그 단순한 산 위의 아무렇게나, 천진스럽게 그린 조각그림이랑.

좋은 날, 좋은 풍경, 단순한 아름다움이다. 나도 저렇게 단순한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 한 그루의 나무, 한 포기의 풀, 한 덩이 돌멩이로 아무데 서 있어도 서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거스르지 않는 풍경이 되어 살고 싶다. (가운데 일부 줄임)

저녁 햇살을 받은 산등성이들이 빛난다. 그 산그늘 아래 젖어드는 작은 내집평 들판의 벼들은 푸들푸들 뛰는 물고기처럼 싱싱하게 살아난다. 그 논들 가운데 하얀 옷을 입은 농부가 띄엄띄엄 바작을 얹은 지게를 벗어놓고 논두렁의 풀을 깎은다. 다 깎은 논두렁 위로 가지런히 드러나는 저 벼들, 꿈길을 가듯 꿈길에 서 있듯 나는 지금 투명하게 서 있다. 어디선가 매미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내 사랑했던 아름다운 작은 들판. 나 거기 구름 한 조각이 지나며 그리는 그림자처럼 서 있고 싶었다.
(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창작과 비평사)

♣  관련 어록 및 어휘
ꊱ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 (＊무엇이나 고향의 것이라면 다 좋고, 객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더욱 반갑다는 뜻) 《한국》
ꊲ 고향의 산천은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다. 《조지훈/청년은 내일을 위하여》
ꊳ 월조소남지(越鳥巢南枝) : 남쪽에서 온 새는 언제나 고향에 가까운 가지에 앉아 있다는 뜻으로, 고향을 잊기 어려움을 비유한 말.

♣  생각 거리
1. 반딧불이 반짝이는 숲의 밤을 본 적이 있는가?
2. 다음 방학에는 시골의 맑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자연을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