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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효도의 참 뜻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를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4-05-20
작성일 2004-05-20
얼마 전 막내외삼촌께서 책을 몇 권 보내주셨다. 그 중,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이 있었는데, 다른 책에 비해서 좀 크면서도 두꺼웠다. 1923년부터 1978년까지 발표된 창작동화 중에서 30편의 명작만을 뽑아 펴낸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각 작품마다 내게 진한 감동을 주었는데, 특히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지으신 ‘만년 샤쓰’와 윤수천 선생님의 ‘행복한 지게’라는 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만년 샤쓰’는 색동회를 조직하여 이 땅에 어린이 문화를 꽃피우고, 우리들에게 ‘어린이 날’을 만들어주신 방정환 선생님의 글이다. 동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아동소설처럼 보였는데, 우선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참 재미있었다. 또한, 요즘에는 전혀 쓰이지 않는 낱말들과 약간은 촌스럽게 보이는 대화체가 내 맘을 즐겁게 해주었다. 게다가 주인공인 창남이의 활발한 모습과, 남을 유쾌하게 해주는 우스갯소리에 덩달아 나까지도 행복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창남이의 별명이 왜 ‘만년 샤쓰’인가를 알고 나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체육선생님의 명령으로 모두 겉옷을 벗어야만 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옷을 벗고 샤쓰(셔츠)만 입고 있는데, 유독 창남이만 겉옷을 벗지 않는 게 아닌가? 집이 너무 가난해서 샤쓰를 입고 오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던 창남은,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맨몸을 만년 샤쓰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만년 샤쓰! 이 얼마나 멋있는 표현인가? 만년을 입어도 그대로인 맨몸 샤쓰! 그 날 이후로 창남이는, ‘만년 샤쓰’로 불리게 된 것이다.

난 창남이의 그 자신감이 무척 부러웠다. 집안이 그토록 가난한데도, 단 한 번이라도 근심하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는 창남이의 당당함이 부러웠다. 아마도 나라면 그 추운 겨울 날, 맨 몸에 겉옷만 걸친 채 다 떨어진 구두를 새끼줄로 동여매고 20리 길을 걸어 학교에 갈 엄두도 못 냈을 거다. 아무리 옛날이 어려웠다하나, 어찌 그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이번엔 아예 맨발에 짚신을 신고, 맨몸에 홑바지와 겉옷만 걸친 채 학교에 나타난 것이다. 창남이의 말을 들어보니 이랬다. 동네에 불이 났는데 거의 모든 집이 다 타버렸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창남이네 집은 반 밖에 타지 않아 몇 벌 안 되는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으나, 창남이의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셨다는 거다. 어디, 그 뿐이랴! 어머니께서 입고 계시던 옷까지 다 벗어주곤 추워서 벌벌 떨고 계신지라, 창남이는 샤쓰와 양말을 벗어 어머니께 드리고는 자기도 든든하게 입었으니 아무 걱정 마시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 창남이는 앞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께서 걱정하실까 봐, 그 추운 겨울날 입을 옷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행복한 지게’에 나오는 덕보는 바보 소리를 들을 만큼 모자라지만, 효성이 아주 지극한 사람이다. 어느 날 심부름으로 외삼촌댁에 갔다가 뛰뛰빵빵 차를 보게 되고, 그 차는 외할아버지를 태우고 다니며 효도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집에 돌아온 덕보는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드라이브를 시켜드린다. 덕보가 “뛰뛰!” 하면 아버지는 “빵빵!”하고 맞장구치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별난 자동차 소리를 울리며 다닌다. 몇 년 뒤에는 결혼해서 얻은 꼬맹이 순이자동차까지 앞세우고 아버지께 드라이브를 시켜드리지만, 흘러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는 법!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지게 위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느낀 점이 참 많았다. 이 세상엔 똑똑하고 유능하며 돈 많은 자식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부모님께 효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잘났다는 사람일수록 불효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덕보는 어떠했는가? 그는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된 효도는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효도의 참뜻은 ‘孝’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자식이 늙으신 부모를 업고 가는 것, 즉 편안하게 모시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다녔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린 덕보야말로 진정한 효자라고 생각한다.
또한 ‘만년샤쓰’에 나오는 창남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옷을 두껍게 입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만약, 곧이곧대로 양말도 안 신고 셔츠도 안 입었다고 말씀드렸다면, 어머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런 점에서, 창남이도 덕보 못지않은 효자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아버지의 체중이 13kg이나 줄었다고 한다. 원래 위와 간이 안 좋은데다가 당뇨병의 합병증까지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를 간호해드리기는커녕, 매번 속만 썩이고 마음까지 불편하게 해드렸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창남이와 덕보처럼 효도하진 못할지라도, 공부 열심히 하고 말 잘 들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릴 것이다.

(광주 효동초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