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살았는데 이 나무꾼은 나무를 하여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 갔다. 그 날도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무를 하러 덕성봉 우거진 나무숲 속을 지나는데 어디서 조금씩 사람이 죽어가는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무서움과 놀라움을 억누르며, 신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더니 남루한 차림새의 늙은 중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무꾼은 얼른 불을 피우고 더운 물을 끓여, 싸가지고 온 도시락과 함께 허기져 쓰러진 중에게 먹여 간호하였더니 그 중은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고맙다는 말까지 하였다.
그러더니 금방 떠나면서 하는 말이.
  "그대의 이 은혜 갚을 길이 없으나 내 한가지 가르쳐 주어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보답하려 하니 명심하여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오. 이 산의 저쪽 모퉁이를 돌아가면 산삼밭 세 마지기가 있는데 그 산삼 가운데 제일 큰 산삼은 캐지 말고, 가장자리에서 한 뿌리만 캐어다 팔면 평생 편히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니 그리 하시오." 말한 후 중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무꾼은 믿기 어려운 그 중의 말을 따라 그 곳을 찾아 가보니 과연 향긋한 산삼이 산 중턱에 꽉차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산삼에 어쩔 줄 모르게 흥분한 나무꾼은 중이 한 말은 잊은 채 삼밭에 뛰어 들어 한 가운데 있는 제일 큰 놈을 캐어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가난에서 벗어나 큰 부자가 되는 꿈같은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 온 나무꾼은 조심스레 산삼을 살펴보니 속이 텅 비고, 그 속에는 좁살만 가득 들어 있지 않은가. 너무도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 곰곰히 생각하니 중이 지시한대로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금 허겁지겁 덕성봉으로 올라 그 자리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산삼밭 세 마지기는 간데없고 욕심 부린 나무꾼은 한바탕 헛꿈을 꾸고 만 셈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