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북에서 남으로 조금가면 삭다리마을이 있다. 마을 입구에서 계내면 경계인 깁재 몬당가지에 옛길이 있는데 이 길가에 절벽이 내밀어서 길이 굽어 있는 곳을 과거 모퉁이라 부르며, 모퉁이를 돌아서 암벽으로 둘러진 사이에 흐르는 석간수를 과거샘, 참샘, 약수천이라고 하고 정서쪽에서 정동쪽으로 물이 흐르니 서출동류천이라고도 부른다.

샘 앞에 구도는 옛날부터 위 아래로 통하는 삼남대로였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말, 나귀, 가마를 타거나 그렇지 않으면 걸어서 오가는 것이 교통수단의 전부였다. 이 길이 대로이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 길을 지나다 샘물을 찾아 쉬어 가고, 등짐장사들은 때가 되면 이 물에다 밥을 지어 먹고 모퉁이를 돌아 깁재를 넘었다 한다. 당초에는 석각에서 물이 흘러 고일 데가 없었는데 인근 마을에서 사는 김별감(벼슬이름)으로 불리는 적선가 김홍노가 석수쟁이를 시켜 석각을 파서 아담한 샘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샘을 과거샘이라 부른 데는 그럴듯한 연유가 있다.

옛날 남도에 사는 김선비하는 이가 과거를 보려고 한양을 가다 이 곳에 당도했다. 석간에서 흐르는 물이 약수같은 데다 먼 길을 걷다보니 피로하고 목도 말라 봇짐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시니 꿀맛 같았다. 두 모금을 마시고는 잠시 쉬는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홀연히 어디선가 은빛 머리에 한 자(1자는 30cm)가 넘는 허연 수염을 기른 신선이 나타나더니 
  "이샘은 약수 중의 약수이니라. 세 모금만 마시면 병도 낫고 머리가 맑아져서 과거 보러 가는 너에게는 생명수가 될 것이다."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을 뜨고 벌덕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 선비는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샘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나니 뜻밖에 피로도 가시고, 마음도 가뿐해서 괴나리 보따리를 챙겨 지고 과거길을 재촉했다.

얼마 후 과거에 급제한 선비는 등과하게 된 것이 오로지 샘물 덕이라 생각하고 금의환양하는 길에 이 곳에 들러 인근 동네 사람 남녀 노유를 모아놓고 지난 날 이야기를 한 다음에 샘에 고사를 지내고 잔치를 베풀었다 한다.
이 소문이 퍼지자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나 병약한 사람들이 샘을 찾아 줄을 섰다하며, 그 뒤부터 이 샘을 과거샘(科擧泉), 참샘(眞泉), 약수천(藥水泉)이라 부른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