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보는 조선 25대 왕 철종의 사촌동생이다. 당시는 안동 김씨 일파가 득세하고 있는 터라 왕실의 동량이 될만한 영재는 모조리 없애 버리려는 계략을 세운 안동 김씨파는 이세보의 영특함을 내심 불안히 여겨 터무니 없는 죄명을 씌워 신지도 송곡리로 유배시켜 버렸다.

뜻이 있어도 나타내지 못하고 경륜이 있어도 벙어리가 돼야 했던 왕족들의 설움이 이러할 때 안동 김씨가 아닌 일반 관원은 물론 서민들의 고충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시대로서 아무 잘못 없는 이세보는 왕족인 것이 화근이 되어 유배된 것이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았던 일들을 회상하면 가슴이 녹아 터질 것만 같다. 달 밝은 밤이면 더욱 망향의 정이 솟구쳐 견디다 못해 방안에서 뛰쳐나와 멀리 북녘 하늘을 향하여 피맺힌 설움을 삼키면서 가까운 해변의 모래톱에 나가 지팡이로 붓을 삼아 모래 위에 망향의 시를 쓰곤했다.

얼마나 많은 시를 써 댔는지 지팡이가 손가락 만큼 닳아졌다. 수년간 매일같이 통분과 원한의 울부짖음과 시 쓰기를 일과로 삼던 이세보는 억울한 귀양이 풀려 고향인 과천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부터는 비가 오면 모래등에서 '우-우-' 하며 모래 우는 소리가 흡사 대장부의 한서린 울음소리 같이 울려서 이곳을 「울모래」 또는 「명사장」이라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