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신라시대의 어느 추운 겨울, 성기천가에서 한 어여쁜 처녀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자꾸 빨래에 와 부딪쳐, 처녀는 기겁을 하며 방망이로 밀어버렸다. 그렇게 하여도 그것은 자꾸만 달려들어 빨래에 감기는 것이다.

호기심이 생긴 처녀는 그것을 건져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커다란 오이였다. 탐스럽기도하여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오이를 먹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처녀에게는 이상하게 태기가 생겼고, 달이 찬 후 그녀는 아이를 낳았으니, 그녀도 그 부모도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부끄러웠겠는가. 그들은 고민하다가 남몰래 월출산 자락 성기천 뒷산 대나무밭에 아기를 버렸다. 이를 악물고 버리기는 했지만, 처녀는 끓어오르는 모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7일째 되는 날, 그녀는 아기를 버린 곳으로 다시 갔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아기는 비둘기들이 감싸주고 학이 먹을 것을 주는 등 새들의 보호를 받아 살아있는 것이다. 깜짝 놀란 처녀는 비로소 이 아이가 하늘이 내린 것이라고 깨닫고, 집에 데리고 가서 키웠다. 이 아이가 바로 도선(道詵)이라고 하는 설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