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인왕동 경주박물관 남쪽에 옥골이라 하는 큰 웅덩이가 있다. 이 웅덩이는 반월성을 쌓을 때에 흙을 파낸 자리라고도 하는데 확실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옛날 신라 때 일이었다. 밤이 되면 이 웅덩이에 도깨비들이 모여 놀았다. 노래하고 춤을 추며 놀다가 새벽닭이 울어야 헤어졌는데 이 도깨비들이 모여서 노는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웠던지 동네 노인들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이 도깨비들을 어떻게 할것인가 논의해 보았지만 사람들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 소식을 전해듣고 딱하게 생각한 인왕동 젊은이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였다.
  "도깨비들이 모이기전에 우리가 먼저 점령을 해 버리자! 어떠냐? "
모두들 '좋다!'하고 마을 청년들은 징, 북, 꽹과리, 태평소, 퉁소, 장고 등 악기를 둘러메고 어둡기 전에 옥골에 모였다. 도깨비들이 모일 때 쯤 되어 마을 젊은이들은 일제히 놀기 시작하였다. 꽤꽹꽤꽹 쿵쿵 쿵뚜닥 꿍뚜딱 닐닐니리 닐닐니리 하고 뛰고, 앉고, 서고, 하면서 장단을 맞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차츰 밤이 어두워 오니까 도깨비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자기들이 신나게 놀던 자리를 마을 젊은이들이 점령하여 놀고 있지 않은가? 도깨비들은 언덕 위에서 젊은이들이 노는 모습을 어깨를 들썩이며 구경하고 있다가
  "할 수 없다. 우리 자리를 빼앗겨 버렸으니 도리가 없다. 다른 곳으로 가자."
하며 사라진 후 도깨비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조용히 잠을 잘 수 있었는데 혹시 도깨비들이 다시 올까봐 마을 젊은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은 이 웅덩이에서 신나게 놀았다 한다. 마을 노인들이 
  "인왕동 웅덩이를 메워 버리면 마을 젊은이들의 기상이 죽는다. 잘 보관해 두어야 한다." 하여 그 웅덩이는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