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임진왜란 때의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어느 젊은 부부가 난을 피해 이 암굴에 와서 숨어 지냈는데 이순신장군의 승전고로 도망치는 왜적의 배 한 척이 암굴 속의 인기척을 발견하고는 남편는 그 자리에서 무참하게 죽이고 기절한 부인은 배에 싣고 달아났다.

얼마 후에 정신을 차린 부인은 결박되어 적병들 사이에 있는 것을 알고 당장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어, 남편 따라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깜빡 잠이 들어 비몽사몽간에 남편의 울부짖는 소리에 깨어보니 왜적들이 모두 골아 떨어져 자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부인은 몸 속 깊이 지니고 있던 장도를 뽑아 배어 구멍을 내려고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팠는지 멀리 먼동이 밝아 오를 때가 되어서야 구멍이 뚫렸다.

배 밑에서 물이 펑펑 차올라 배가 기우는 것을 보면서 부인은 남편을 부르면서 바다 속에 몸을 던졌다. 이때 뒤늦게 일어난 외적들은 아우성을 치며 뱃속을 우왕좌왕 하다가 배가 침몰되어 모두 물귀신이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