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옛날 수도승 한 분이 쌀바위 밑에 조그마한 암자를 만들고 그곳에서 불경을 외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마다 한번씩 마을로 내려가서는 동냥을 하여 오는 고행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고행하는 수도승을 가엾게 여긴 것인지 기적이 일어났다. 중이 염불을 외우다 문득 바위틈을 보니 쌀이 수북이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이날부터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쌀이 매일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흐르듯 또닥또닥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중은 마을로 내려가서 동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얼마간의 세월이 흘렀다 .

어느 날 중의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쌀이 저렇게 답답하게 조금씩 나오다니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중은 쌀이 나오는 구멍을 더 크게 내면 많은 쌀이 나오겠지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되면 손들이 찾아 들어도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동냥은 하지 않아도 될 꺼라 생각하고 하루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쇠꼬챙이를 넣어 구멍을 크게 뚫었다. 이제는 쌀도 많이 나올 테고 여기에 더 큰 암자를 지어 출세 할 수 있겠지 하며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그 후로 쌀은 간 곳 없고 물만 똑똑 흘렀다 한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로 사람들은 그 바위를 쌀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분수를 지켜야 된다는 것을 경계한 이야기이다. 또 옛날 물을 매(買)라 하여 쌀과도 그 음이 같은 데서 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맷밥을 지다. 맷밥을 상위에 올리다 하는 것과 같이 쌀을 '매'라고도 하였으니 물과 쌀은 다 "매"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