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 어느 해 봄 이었다.

한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데리고 고개를 넘고 있었다. 사돈집에서 보내는 짐을 나귀에 싣고 고개마루 성황당에 이르렀는데, 나귀 등에 매단 짚신 꾸러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며느리를 그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뒤돌아 내려갔으나 짚신은 없었다.

다시 고개 위로 돌아왔으나 있어야 할 며느리마저 없었다. 시아버지는 저물어가는 산속을 찾아 헤메이며 며느리를 목 놓아 불렀으나 끝내 며느리는 찾지 못 하였다.

하는 수 없이 시아버지는 돌아가려고 나귀의 고삐를 끌었으나 이상하게도 나귀의 발굽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끌어 당겨도 꼼짝도 하지 않아 시아버지는 나귀를 버리고 고개를 내려왔다 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신행(新行: 혼인 때,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거나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가는 일)길의 며느리들이 이 고개를 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