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정릉은 조선 태조의 왕비인 신덕왕후의 묘이다.

젊은시절 이성계는 사냥을 즐겼는데 어느 날, 형 이원계와 함께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아무리 다녀도 짐승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필시 이 주위에 호랑이가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그 때 갑자기 집채만한 호랑이가 이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화들짝 놀란 원계는 잽싸게 활을 쏘았으나 서둘러 쏜 탓인지 빗맞고 말았다. 그러자 화가 난 호랑이는 순식간에 원계를 덮쳐버렸다.

당황한 이성계는 재빨리 도망쳐 위기를 모면하였다. 이성계가 허겁지겁 마을로 내려 왔을 때 우물가에 젊은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다급히 쉬지않고 뛰어왔던터라 목이 탔던 이성계는 마실 물을 부탁했다. 이에 그 여인은 바가지에 물을 떠 그위에 버드나무 잎을 하나 띄워 이성계에게 주었다. 목이 탔기에 빨리 물을 마시고 싶었던 이성계는 버드나무 잎 때문에 그럴 수 없자 화가 났다. 그래서 여인에게 버럭 화를 냈다.
 "왜 버드나무 잎을 띄웠소?" 라고 묻자 그 여인이 하는 말이
 "급히 물을 마시면 체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마음과 현명함에 감동한 이성계는 이 여인의 인물이 출중함을 알아보고 바로 청혼을 하였는데 이 여인이 신덕 왕후이다. 신덕 왕후는 태조 5년에 사망하였는데 태조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주 보기 위해서 도성안에서 장사를 지낼 정도였다. 그러다 훗날 태종 때 지금의 위치에 묻히게 되었다.
 
 * 태조는 고려의 풍습대로 향리와 서울에 각각 부인을 두고 있었는데 강씨는 바로 서울에 있는 부인이었다. 고향에 둔 부인 한씨(韓氏)는 태조 등극 전에 죽었고, 등극과 더불어 왕후의 자리에 앉은 것은 현비(顯妃) 강씨로서 방번(芳蕃)·방석(芳碩) 두 형제를 낳았다.

1396년(태조 5) 현비가 죽자 태조는 정성을 다해 능을 조영하고 능 동쪽에 흥천사(興天寺)를 세워 재궁(齋宮)을 삼고 법석(法席)을 마련했으며, 대궐에서 정릉의 아침재 올리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수라를 들었다고 한다. 그 뒤 왕자의 난으로 현비 소생의 두 왕자가 죽자, 태조는 정사에 뜻을 잃고 태상당으로 있으면서 자주 정릉에 가서 불공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후 능역의 광대함이 의정부에서 논란이 되었고 태조가 죽은 뒤로는 정릉에 대한 박대가 노골화하였다가, 태종의 뜻대로 도성 밖 현재의 자리로 이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