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지금의 수도 송도로부터 다른 곳으로의 수도 이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풍수(*음양오행설에 기초하여 민속으로 지켜 내려오는 지술)에 밝은 무학 대사로 하여금 좋은 도읍지를 구해 보라고 명을 내렸다.

무학대사는 명을 받아 송도에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 지금의 왕십리에 이르니, 지세가 도읍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이 곳으로 수도를 정하기로 하고 돌아오려는데, 웬 노인이 소를 몰고 그의 옆을 지나가며,
  "이런, 이놈의 소! 미련하기도 마치 무학 같구나. 바른 길을 버리고 지름길로 가려느냐?"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무학대사가 놀라 살펴보니, 그 노인이 비록 소를 몰고 있지만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하였다. 그래서 얼른 쫓아가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말씀 좀 여쭈어 보겠습니다."
하니 노인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무얼 그러오?"
하며 그냥 소를 몰고 갔다. 무학대사는 다시 쫓아가,
  "지금 소 더러 무학이 같이 미련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의 생각에는 이 곳이 수도가 되기에 좋은 것 같사온데, 어디 더 좋은 곳이 있는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간청 하였다.
  "내가 그런 것을 어찌 안단 말이오."
라고 말하며 노인은 그냥 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무학대사는 다시 절을 하고 엎드려 청했다. 노인은 그제서야,
  "여기서 십리만 더 들어가오."
하고 손을 들어 가르쳐 주었다. 무학대사는 다시 절을 하고 노인의 손짓이 향한 쪽으로  십 리를 걸어 들어와  지세를 살펴보니 사방이 험한 산에 둘러싸인 요새였다.
  '아! 이 곳이야말로 좋은 도읍 터로다!'
라며 무학대사는 감탄했다. 그리하여 송도로 돌아가 고하자, 태조는 그의 말을 들어 이 곳으로 도읍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무학대사가 노인에게 물었을 때 '십리만 가라고 하였다.' 해서 지금의 왕십리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 음양오행설:음양(만물의 근원이 되는 상반된 성질을 가진 두 가지 것. [해와 달, 남성과 여성, 낮과 밤, 불과 물, 여름과 겨울 따위] )과 오행(동양 철학에서, 만물을 생성하고 만상(萬象)을 변화시키는 다섯 가지 원소인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를 이르는 말)의 상호 관련으로 자연현상이나 인간 생활에서의 길흉을 설명하는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