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일어난 불교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중국에서 순도가 들여오면서부터 였습니다. 백제는 침류왕 384년에 동진에 머무르고 있던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로 건너옴으로써 불교가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시 신앙에 젖어 있던 신라는 불교를 배척하였습니다.

신라의 제 23대 임금인 법흥왕은 고구려와 백제가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깨닫고, 신라도 불교를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려면 불교를 믿어야 하겠소. 이제부터 절을 세우도록 하시오.”
그러나 민간 신앙에 깊이 젖어 있던 신하들이 모두 반대하였습니다. 신하들의 반대에 임금님은 탄식하였습니다.
  “허~, 백성들을 위하는 일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구나. 나를 도와 줄 사람은 없을까?”

임금님에게는 이차돈이라는 신하가 있었습니다. 이차돈의 성은 박씨이며, 습보 갈문왕(지증왕의 생부)의 증손자라고도 합니다. 그는 정직하고 영리하였으며,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매우 깊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람들에게 불교를 믿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이차돈은 조용히 임금님을 찾아갔습니다.
  “대왕마마,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침은 신하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임금님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은 백성이면 누구나 할 도리입니다. 임금님의 명령에 제가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제 목을 베신다면 아무도 임금님의 명령에 반대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난 임금님은 깜짝 놀라며 반대하였습니다.
  “내가 불교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은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함인데, 어찌 죄 없는 너를 죽일 수 있겠느냐? 안된다!”
  “대왕마마 저는 이미 결심하였사옵니다. 제가 저녁에 죽어 아침에 부처님의 은혜가 온 세상에 퍼진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임금님은 그의 굳은 뜻을 알아차리고 그의 장한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며칠 후에 이차돈은 사람들에게 임금이 명령을 내렸다고 하면서 천경림에 절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대왕마마, 이차돈이 천경림에다 절을 짓고 있사옵니다. 그를 즉시 처단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법흥왕은 즉시 이차돈을 찾아내어, 그의 목을 베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처형장으로 끌려 온 이차돈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였습니다. 
  “나는 불교를 위하여 죽는 것입니다. 불교가 나라에 복이 되고 백성에게 이롭다면 내가 죽은 뒤에 흰 피가 나올 것이고, 불교가 나라에 해를 끼친다면 붉은 피가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차돈의 목을 베는 순간 우유처럼 하얀 피가 높이 솟아올랐던 것입니다. 게다가 아주 청명하게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땅이 심하게 흔들리고, 하늘에서는 눈 같은 꽃비가 내렸습니다.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임금님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그대는 정녕 거룩한 순교자로다!”

그렇게 불교를 반대하던 여러 신하들도 이차돈의 죽음을 본 후부터는 아무도 불교를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이차돈이 21세로 순교한 527년, 마침내 신라는 불교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후 법흥왕은 이차돈이 천경림에서 짓다 말았던 절을 완성시켰는데, 이 절을 ‘대왕흥륜사’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