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년 신라는 당나라와 힘을 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키고, 668년에는 다시 고구려까지 멸망시켰습니다. 고구려 땅에 들어와서 세력을 휘두르던 당나라는 고구려 백성들을 중국 요하 서쪽으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이 때 고구려의 장수였던 걸걸중상도 어린 아들 대조영을  데리고 고구려 유민들과 함께 당나라 영주로 옮겨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대조영은 남의 나라 땅에서 고구려인들이 설움을 받고 사는 것을 보고 굳은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서기 696년 이진충이 이끄는 거란족들이 영주도독 조문홰의 탄압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거란족들의 반란으로 영주 지역은 매우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조영과 그의 아버지 걸걸중상은 혼란한 때를 틈타 고구려 부흥군을 조직하고, 당나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구려 사람들을 이끌고 동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당나라의 여황제 측천무후는 그들을 회유하기로 하였습니다.
  “걸걸중상, 영주 지역을 벗어난 죄를 묻지 않겠소. 만약 난을 일으키지 않고 다시 영주 지역으로 돌아온다면 그대들에게 높은 벼슬을 내리고, 상을 줄 것이오.”

그러나 걸걸중상과 대조영은 측천무후의 회유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측천무후는 이해고를 보내 걸걸중상과 대조영의 무리를 치도록 명하였습니다. 고구려 부흥군은 군사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은 데다, 수적으로도 당나라 군사에 비해 아주 적어서 정면 대결에서는 당 군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이를 고민하던 대조영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그래, 천문령(길림성의 합달령)에서 싸우자! 이곳은 산세가 험악하고 숲이 울창하여 오히려 당 군같이 많은 수로 싸우는 건 힘들어. 사람들을 작게 나누어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을 펼치면 우리 고구려가 승리할 수 있어!’

이렇게 하여 이해고 군대의 공격으로 후퇴만 하던 고구려 부흥군은 천문령에서 진을 친 뒤 대조영의 지휘하에 전투를 벌여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해고의 군대를 물리친 대조영은 군사를 이끌고 백두산 밀림 지대를 벗어나, 송화강 상류를 건너 만주 길림성 돈화현 동모산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698년에 대조영은 이곳에 나라를 세웠습니다.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오른 대조영은 나라 이름을 ‘진’이라 부르고, 연호를 ‘천통’이라 했습니다. 진국을 다스리는 지배 세력은 고구려인이었고, 백성들은 고구려인과 함께 말갈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국 정신은 어디까지나 고구려 부흥에 있었습니다.  

고구려 땅에 새로운 국가를 세운 대조영은 건국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나는 고구려의 후손이다. 고구려가 망한 뒤 이 넓은 땅이 우리의 눈에서 멀어져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이에 나는 고구려 대제국의 모습을 다시 찾고, 정신을 계승하고자 이 땅에서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고구려가 멸망한지 30년 만에 고구려의 뒤를 잇는 국가가 탄생한 것입니다.

진국의 왕이 된 대조영은 당나라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돌궐과 손을 잡고 당나라에 대항하였습니다. 조금씩 영토를 확장해 나가면서 진나라의 힘이 점점 강성해지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여러 부족들이 항복해왔습니다. 이에 크게 위협을 느낀 당나라는 705년 사신을 보내 화해를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라가 융성해진 713년에 대조영은 나라 이름을 ‘발해’라고 고쳤습니다. 21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면서 기반을 닦은 대조영은 ‘고구려의 정신을 잊지 말고 계승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719년 눈을 감았습니다. 이후 발해는 대조영의 유지를 이어 고구려의 옛 땅을 거의 되찾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구려 문화의 바탕 위에 당나라의 선진화된 제도를 받아들여, 당나라가 발해를 ‘해동성국’(동쪽 바다의 융성한 나라)이라고 부를 정도로 문물을 발전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