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이 멸망할 무렵 한반도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또 다른 여러 개의 새로운 나라들이 등장하였습니다. 한반도의 각 세력들은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부족과의 연합 또는 전쟁을 통해 세력을 확대하여 마침내 국가로 발전해 나가게 됩니다. 

만주 송화강 유역의 넓은 평야 지대에서 부여가 새로이 일어났으며, 고조선이 무너진 다음에는 고구려가 일어나 중국 세력과 싸우며 성장하였습니다. 강원도와 함경도 동해안에도 옥저, 동예가 자리를 잡았고,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는 삼한(마한, 진한, 변한)이 발전하였습니다. 한강 이남 황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마한이 나라를 세웠는데, 기록에 의하면 마한에는 54개의 소국이 있었으며 그 중에서 가장 힘이 강력한 목지국의 지배자가 마한의 왕으로 행세했다고 합니다. 그 외 진한과 변한에는 각각 12개국의 소국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진한은 사로국이, 변한은 구야국이 각각 주도권을 잡았는데, 뒤에 신라와 가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들 초기의 각 나라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풍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흰 옷을 즐겨 입었던 부여는 농사와 목축이 발달하였습니다. 이 때에 왕은 중앙을 다스리면서 외교와 전쟁을 맡았고, 그 나머지 지역은 마가, 우가, 저가, 구가라는 족장들이 저마다 출신지역을 다스렸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국가를 연맹왕국이라고 합니다. 부여에는 ‘순장’이라는 특이한 장례풍속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인물이 죽었을 때에 부인이나 신하, 노비 등을 함께 무덤에 묻었습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무예를 중히 여겨 활쏘기와 말 타기를 잘하였으며, 수렵대회, 씨름 대회 등을 열어 신체를 단련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고구려는 ‘데릴사위제’라는 특이한 혼인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는 혼인을 한 신랑이 처가에서 일정기간 살다가, 자녀가 자란 뒤에 아내와 함께 본가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옥저와 동예는 토지가 비옥하고 해산물이 풍부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힘이 약하여 일찍부터 고구려의 압력을 받아 고구려에 소금, 어물 등을 공납으로 바쳐야했습니다. 정치 세력도 크게 성장하지 못하여 왕이 존재하지 않고 읍군이나 삼로라고 불리 우는 군장들이 자기 부족을 다스렸습니다.

그 풍속을 살펴보면, 옥저에는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특이한 혼인 풍속이 있습니다. 즉 어린 신부가 시집가서 시댁에서 자라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친정으로 돌아와 있다가 남자 쪽에서 돈을 지불한 뒤에 시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민며느리제’라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를 돈으로 신부를 구입했다고 해서 매매혼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옥저에는 가족이 죽으면 시체를 가매장하였다가 나중에 그 뼈를 추려서 가족 공동의 무덤인 커다란 목곽에 안치하는 관습도 있었습니다.

동예는 산천을 중히 여겨 각 부족이 소유한 산천에 다른 부족이 출입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만약 다른 부족의 생활권을 침범하면 노비와 소, 말로 변상하게 하였습니다. 또 같은 씨족끼리는 혼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삼한에는 정치적 지배자인 왕과 제사장인 천군이 따로 존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천군은 ‘소도’라고 불리 우는 신성한 지역을 다스렸는데, 이곳에서 천군은 농경과 종교에 대한 의례를 주관하였습니다. 특히 이곳 소도는 군장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죄인이라도 도망을 하여 이 곳에 숨으면 잡아가지 못하였습니다. 삼한사회는 경제적으로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농업이 발달하였습니다. 벼농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입니다. 그래서 삼한 사람들은 비가 올 때 빗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농사에 쓰려고 저수지를 만들었습니다. 충청북도 제천에 있는 의림지가 대표적입니다. 변한에서는 철이 많이 생산되어, 낙랑, 일본 등으로 수출하였으며, 이를 화폐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일어난 초기의 각 국가들은 이름과 날짜는 다르지만 저마다 제천행사를 열었습니다. 이것은 하늘을 숭배하고 제사하는 의식으로 대부분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고 추수를 감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여는 12월에 영고라는 제천행사를 행하면서 춤을 즐기고 죄인을 석방시켰습니다. 고구려에서는 건국 시조인 주몽과 그 어머니인 유화부인을 조상신으로 제사하는 한편 10월에 동맹이라는 제천행사를 가졌습니다. 동예에서도 10월에 무천이라는 제천행사가, 삼한에서는 5월의 수릿날과 10월의 계절제라는 두개의 제천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만 크게 다루었을 뿐 앞에서 우리가 보았던 다른 여러 나라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나라가 우리 역사에서 이처럼 푸대접을 받은 것은 이들이 철기를 받아들여 생산량을 높이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고구려, 백제, 신라처럼 고대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채 멸망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사책에는 이들 초기의 여러 나라 모습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없어 제대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국 역사책인 삼국지(중국 진나라 진수가 편찬한 역사서)를 많이 참고하게 되는데, 그 중 위서 동이전을 살펴보면 철기 문화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고대 국가 형성기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있어 한국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여는 성실하고 예절바른 나라라고 하는 반면, 고구려는 도둑질 잘하고 싸움을 잘하는 기질이 드센 나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중국과 평화적인 교류를 가졌던 부여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중국과 투쟁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간 고구려에 대해서는 나쁜 평가를 한 까닭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