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든지 나라를 세운 조상들에 대한 신비한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건국신화라고 합니다. 신화는 오랜 세월을 거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기록으로 남겨진 것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아예 없어지기도 하고 혹은 새로 덧붙여지기도 해서 신화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화 속에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생활모습이 나타나 있어 매우 중요한 역사 자료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우리 민족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단군에 대한 건국 신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건국 신화는 무엇이며, 건국 신화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의의는 무엇인지를 알아봅시다. 

아주 먼 옛날, 하느님(환인)의 여러 아들 중에 환웅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환웅은 어려서부터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늘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언젠가는 저 아름다운 세상을 다스려 보리라’ 다짐하며 그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이러한 아들 환웅의 마음을 알았던 아버지 환인은 지상 세계를 두루 내려다보고 삼위 태백산 지역이 인간들에게 큰 이로움을 줄만한 곳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곳에 환웅을 내려 보내 인간세계를 다스리게 했습니다. 이에 환웅은 무리 삼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지금의 묘향산) 꼭대기 신단수 나무 아래로 내려와 이곳을 도읍으로 하여 신시라 부르게 하고, 스스로를 환웅 천왕이라 하였습니다. 그는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을 거느리면서 농사와 생명, 질병, 형벌과 선악 등 인간살이에 관한 360여 가지나 되는 일을 주관하며 인간 세계를 다스렸습니다.

어느 날 깊은 산 속에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환웅을 찾아와 날마다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결국 환웅은 신령한 쑥 한 자루와 마늘 한 접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날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곰과 범은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인내했습니다. 그러나 범은 얼마 견디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가고, 곰만이 홀로 남아 백일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인내한지 21일째 되는 날, 드디어 곰은 아름다운 여자의 몸으로 변했습니다. 여자가 된 곰(웅녀)은 혼인할 상대가 없었으므로 항상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이를 본 환웅이 잠시 인간으로 모습을 바꾸어 결혼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단군 왕검입니다.

단군 왕검은 왕위에 오른 뒤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 하였습니다. 이것이 곧 우리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말하는 것으로, 때는 기원전 2333년입니다. 단군이 세운 나라인 고조선의 원래 이름은 ‘조선’입니다. 그런데 그 후 1392년에 이성계라는 사람이 고려를 멸망시킨 뒤 새로운 나라를 세웠는데 ‘조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단군 시절의 조선과 구분 짓기 위해 옛날의 조선이라 하여 ‘고조선’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처음 평양성에 도읍을 정했던 단군은 뒷날 도읍을 백악산 아사달(궁홀산)로 옮긴 후, 그곳에서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 뒤 주나라의 호왕이 즉위한 기묘년에 기자로 하여금 조선을 다스리게 하니, 단군은 장당경으로 옮겼다가 후에 아사달로 다시 돌아와 숨어서 1908살까지 살다가 산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1900년 이상 살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군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왕과 같은 지배자의 명칭이고, 고조선은 시조 단군 왕검을 비롯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단군들이 지배자로서 다스렸던 것입니다.

단군에 관한 이야기를 최초로 기록한 책은 고려 충렬왕 때 일연이 쓴 ‘삼국유사’입니다. 당시 삼국유사가 씌어진 시기의 고려는 몽고에게 침략을 당해 국가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이때 일연이 백성들에게 시련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단결력을 심어주기 위해 단군 신화를 수록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의도는 조선 초와 일제의 식민통치하에서도 나타나는데, 우리 민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단군을 강조하여 시련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말에는 우리 민족의 조상인 단군을 숭배하는 대종교가 성립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나라를 연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을 기리기 위해, 10월 3일 개천절이 되면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강화도 마니산 꼭대기에 있는 참성단은 옛날 단군이 나라의 번영과 민족의 행복을 빌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뜻 깊은 곳입니다. 또한 전국 체육 대회 때에는 이곳에서 성화를 가져오고 있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민족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