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시대(중국이 여러 나라로 갈라져 천하를 얻기 위해 싸웠던 시대)에 혼란스러웠던 중국은 기원전 2세기 경 진시황제에 의해 통일됩니다. 그러나 진시황제의 진나라는 10여년 만에 멸망하면서 유방의 한나라가 중국 대륙을 장악해 점차 세력을 넓혀 나갔습니다. 그러자 고조선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던 연나라 지방의 많은 백성들이 전쟁을 피해 고조선으로 넘어왔습니다.

고조선으로 도망 온 사람 중 위만 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연나라에서 1000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고조선으로 들어오고자 했습니다. 준왕은 이러한 위만을 신임하여 받아들였으며, 심지어는 서쪽 변경을 수비하는 임무까지 주었습니다. 위만은 그 곳에 거주하는 이주민 세력을 통솔함과 동시에 새로 도망 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훈련시키면서 국경을 튼튼히 지켰습니다. 그로인해 국경 수비대의 숫자는 처음보다 훨씬 늘어났고 힘도 더욱 세졌습니다. 그러자 위만은 서서히 자신을 받아준 준왕을 몰아낼 음모를 꾸몄고, 드디어 기원전 194년 수도인 왕검성으로 쳐들어가 준왕을 몰아내고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준왕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겨우 목숨만 건져 남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이제 조선은 위만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는 이를 ‘위만조선’이라고 부릅니다.

정권을 잡게 된 위만은 철기 문화를 본격적으로 수용하면서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동․남쪽에 있는 이웃의 작은 나라들을 정복하여 영토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또한 한반도 동남쪽에 있는 예나 진이 직접 중국의 한나라와 교역하는 것을 막고, 그 사이의 교역에 끼어들어 중계무역(중국에서 비단을 싸게 사서 남쪽에다가 비싸게 파는 식입니다.)을 행하여 경제적 이익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점점 힘을 키워나가는 위만조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중국의 한나라 무제는 드디어 기원전 109년에 대규모의 침략을 감행하였습니다. 고조선은 약 1년간 한의 군대에 맞서 완강하게 대항하였으나 전쟁이 일년 넘게 계속되자, 결국은 기원전 108년에 수도 왕검성이 함락되면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위만이 연나라에서 건너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그가 세운 위만조선을 단군 조선의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나라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만을 중국 사람이 아니라 중국에 거주하던 한 민족 핏줄인 동이족이 이주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만이 준왕을 내쫓고 즉위했다고 해도 그것은 고조선의 멸망이 아니라 같은 민족인 위만에게 계승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위만이 동이족이라는 증거를 들어볼까요?

먼저 위만은 고조선으로 들어올 때에 상투를 틀고 조선인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만은 왕이 된 뒤에도 나라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조선’이라 하였습니다. 또한 위만은 자신이 이주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권에는 토착민 출신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자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고조선이나 위만조선은 원래 나라 이름이 모두 ‘조선’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두 나라를 구분하기 위해 단군이 세운 조선을 옛 고(古)자를 넣어 ‘고조선’이라고 하고, 위만이 세운 조선을 ‘위만 조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킨 뒤 새로이 나라를 세웠는데, 그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부터 이성계가 세운 나라와 구별 짓기 위해 단군의 ‘고조선’과 위만의 ‘위만조선’을 합쳐 ‘고조선’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