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서쪽에 아홉 마을이 있었는데, 나라 이름도 없고 왕과 신하의 칭호도 없었습니다. 그저 아도간, 여도간, 피도간, 오도간, 유수간, 유천간, 신천간, 오천간, 신귀간 등의 9간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족장으로서, 당시 백성들을 통솔하였습니다. 그 백성들은 모두 1백 호, 7만 5천 명이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산과 들에 모여 살면서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서 밥 먹을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들이 사는 곳의 북쪽 구지봉(산봉우리가 거북이 엎드린 형상과 같아 구지라 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9간들과 백성 2~3백 명이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웅웅대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여기에 누가 있느냐?”
그러자 9간들이 대답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여기 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냐?”
 “여기는 구지봉입니다.”
소리는 또 말했습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명하기를 이곳에 와서 나라를 새롭게 하고 임금이 되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곳에 내려왔다. 너희들은 모름지기 봉우리 위의 흙을 파면서 이렇게 노래하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그리고 이 노래를 외치며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이하여 너희들은 매우 기뻐서 춤추게 될 것이다.” 

9간들은 그 말을 따라 많은 사람들과 같이 기쁘게 노래 부르고 춤추었습니다. 그 때 한줄기 자주색 줄이 하늘에 수놓아지더니 땅에까지 닿았습니다. 그 줄 끝을 찾아보았더니 붉은 보자기에 금함이 있었습니다. 그 금함을 열어보니 해같이 둥근 황금 알 여섯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놀라고 기뻐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수없이 절을 하였습니다. 그런 뒤 황금 알을 보자기에 싸가지고 아도간의 집으로 가져가 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일이 흘렀습니다. 아도간이 함을 열어보니 여섯 개의 황금 알이 모두 사람으로 변해 어린이가 되어 있었는데, 모두 용모가 매우 준수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여섯 아이들에게 절을 한 뒤, 정성껏 모셨습니다. 여섯 아이들은 나날이 자라나 10여 일이 지나자 키가 9척이나 되었습니다. 맨 처음에 나온 이를 ‘수로’라고 이름 짓고, 나라의 임금으로 삼았습니다. 나라 이름을 ‘대가락’ 혹은 ‘가야국’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곧 육가야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었습니다. 

그 중 먼저 나온 수로는 금알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으로 하였습니다. 이 수로왕을 시조로 하는 성씨가 바로 김해 김씨입니다. 김해는 가락국의 본거지로써 지명도 여러 가지로 변했으나 고려 충선왕 때 김해부가 설치됨으로써 본관을 김해로 하였고, 가락 김씨라고도 불리 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