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기름지고 풍요로운 진한 땅에 여섯 마을이 있었습니다. 첫째 마을은 알천 양산촌인데, 이 마을의 우두머리인 알평은 하늘에서 표암봉으로 내려와 급량부 이씨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둘째 마을은 돌산 고허촌이라고 하는데, 이 마을의 우두머리인 소벌도리 역시 하늘에서 형산으로 내려와 사량부 정씨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셋째 마을은 무산 대수촌으로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구례마로 하늘에서 이산으로 내려와 모량부 손씨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넷째 마을은 취산 진지촌입니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지백호로 하늘에서 화산으로 내려와 본피부 최씨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최치원이 바로 본피부의 사람이었습니다. 다섯째의 마을은 금산 가리촌인데, 이 곳의 우두머리는 지타로 한기부 배씨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마을은 명활산 고야촌입니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호진으로, 그는 하늘에서 금강산으로 내려와 습비부 설씨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기원전 69년 3월 초하룻날의 일이었습니다. 이들 6부의 조상, 즉 6촌의 우두머리들은 각기 그 자제들을 데리고 알천가 언덕에 모여 회의를 하였습니다.  그 때 회의 장소인 알천가 언덕에서 남쪽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양산 기슭에 이상한 기운이 보였습니다. 그들이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바라보니, 양산 기슭의 나정 우물가에 번개와 같은 이상한 기운이 드리워진 흰 말이 엎드려 절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 옆에는 자줏빛 알이 하나 있었습니다. 말은 사람들을 보자 길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이 그 알을 깨뜨리자 생김새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사내아이가 나왔습니다. 그 아이를 동천 샘에 목욕시키니 온몸에서 광채가 났습니다. 이 때 새와 짐승이 더불어 춤추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해와 달이 더욱 맑고 밝게 빛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을 ‘혁거세’라고 했는데, 이는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혁거세가 맨 처음 입을 열어 스스로를 '알지거서간'이라 해서 그 때부터 임금의 존칭을 ‘거슬한’ 혹은 ‘거서간’이라 하게 되었습니다.

여섯 촌의 사람들은 하늘이 자신들의 소원을 듣고 임금님을 내려준 것을 감사히 여기며,
 “이제 천자님이 세상에 내려왔으니 덕 있는 여군을 찾아 배필을 정할 일만 남았구나.”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날 정오 무렵이었습니다. 사량리라는 마을의 알영 우물가에 계룡 한 마리가 나타나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그 자태가 매우 고왔습니다. 그러나 오직 입술만은 닭의 부리와 같이 생겨서 보기가 흉했습니다. 사람들이 그 아이를 데리고 월성 북쪽 시내로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켰더니, 그 부리가 떨어지고 앵두같이 예쁜 입술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이때부터 그 시내를 부리가 빠졌다 해서 ‘발천’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남산 서쪽 기슭에 궁실을 세우고 이들 두 신성스러운 아이를 봉양하였습니다. 사내아이는 알에서 나와 그 알이 마치 바가지처럼 생겨서 성을 '박'이라 했습니다. 또 여자아이는 그가 나온 우물 이름을 따서 알영이라 했습니다. 두 아이가 자라 열세 살이 되었을 때 혁거세는 왕으로 추대되고 알영은 왕후가 되니 기원전 57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나라 이름을 서라벌이라고 하였습니다. 때로는 서벌, 사로라고도 불렀습니다. 왕이 계정에서 태어났으므로 더러 계림국이라고도 하였으나 뒤에 신라로 고쳐서 전하였습니다. 

혁거세왕은 61살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하늘에 올라갔는데, 칠일 뒤에 그의 주검이 다섯 개로 나누어 땅에 떨어져 흩어졌습니다. 왕후 또한 곧 따라 죽자, 나라 사람들이 합쳐서 묻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큰 뱀이 나타나 사람들을 쫓으며 방해하였습니다. 따라서 왕의 5체를 다섯 능에 묻고 뱀이 지킨다고 하여 ‘사릉’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고대 신화에서 영웅이나 건국 시조가 알 속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설화를 ‘난생 설화’라고 합니다. 이것은 신화의 주인공을 신성시하고 그에게 초인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