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건국 신화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백제의 온조 설화입니다. 여기서는 신과 같이 기적과 관련된 부분이 전혀 없고, 매우 사실적인 방법으로 백제의 건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백제의 건국 설화가 뒤늦게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백제의 시조는 온조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라고 합니다. 주몽은 졸본에 와서 결혼을 하여 두 아들을 낳았는데, 큰아들은 비류라고 이름 지었고 작은 아들은 온조라고 하였습니다. 
한편 주몽에게는 부여에 두고 온 부인과 아들 유리가 있었습니다.
 “네 아버지는 천제의 손자이고 하백의 외손자가 되는 분으로 남쪽으로 내려가 나라를 세우셨단다. 네 아버지가 떠날 때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네가 자라서 아버지를 찾아오려거든 일 곱 고개 일곱 골짜기 돌 위의 소나무에 감추어 둔 물건이 있으니 그것을 찾아 가지고 오 라고… 그러면 내 자식인 줄 알겠노라고 하셨다.” 
어머니 말을 들은 유리는 즉시 아버지가 숨겨둔 칼을 찾은 뒤 고구려에 갔습니다. 주몽왕이 자신의 칼 조각을 꺼내 유리가 가져온 것과 맞추어 보니, 하나의 온전한 칼이 되었습니다. 주몽은 유리가 자신의 자식임을 알고 크게 기뻐하며 고구려의 태자로 삼았습니다.

비류와 온조 형제는 부여에서 나타난 유리가 고구려의 태자가 되자, 자신들이 유리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을 걱정하여 고구려를 떠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자 오간, 마려 등 열 명의 신하들이 이들을 따라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들이 함께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나자 많은 백성들도 뒤를 따랐습니다. 마침내 한산 땅에 이른 이들 일행은 부아악(지금 서울의 북한산)에 올라가 살 만 한 곳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비류는 서쪽으로 보이는 바닷가에 가서 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이 그를 말리며 충고하였습니다.
 “여기서 살펴보니 이 한수(한강) 남쪽 땅은 북쪽에 강이 있고 동쪽에는 높은 산이 감싸고 있습니다. 또 남으로 기름진 들이 있고, 서쪽은 큰 바다로 막혀 있습니다. 이처럼 살기 좋은 곳은 얻기 어려울 것이니 여기에 도읍을 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비류는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서쪽 미추홀(인 천)로 떠났습니다. 반면 신하의 의견을 들은 온조는 그 땅에 도읍을 정하여 하남 위례성이라 하고, 열 명의 신하들의 도움으로 나라를 세웠다하여 나라 이름을 ‘십제’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비류가 간 곳인 미추홀은 땅이 습하고 물이 짜서 사람이 살기에 그리 좋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비류가 결국 다시 돌아와 위례성을 보니, 벌써 도읍이 자리가 잡혔고 백성들도 별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비류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괴로워하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비류를 따랐던 신하와 백성들은 모두 온조가 있는 위례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 온조는 주변의 소국들을 정복하여 백성들이 많아지고 나라의 세력도 커지자 이름을 백제라고 고쳤습니다. 그리고 그 조상이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부여에서 나왔다고 하여 성을 부여씨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 공주 부여로 도읍을 옮기면서 마한을 멸망시켜 영토를 넓히고, 나라 안의 질서를 세우는 일에 힘써서 백제를 발전시키는데 기초를 닦았던 온조왕은 서기 2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