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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끝없는 저항의 제봉직공, <바비도>!
작성자 박남욱[中1] 작성일 2003-12-19
작성일 2003-12-19
                                    바비도



   15세기 초엽 헨리 4세 치하의 영국. 재봉 직공 바비도는 성경 비밀 독회에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교회의 사제들은 성경의 해석을 독점하고 평범한 빵과 포도주를 성찬이라고 하면서 온갖 구실을 붙여 제 뱃속만 차리기에 급급한 현실이 환하게 보인다.
   자신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교회 세력은 민중들을 의식화하는 영역 복음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순회 종교 재판소를 열어 저항 세력을 처단하고 있었다. 바비도는 성경 모임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조차 재판정에서는 죽음이 두려워 자신들의 과오를 회개하며 목숨만 부지하려 하였다. 바비도는 이들의 이러한 비겁한 모습에 분개한다. 바비도는 진리를 독점하려는 교회 세력들에게서 거대한 위선을 보았고, 급기야 교회 조직과 자신의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힘의 있고 없음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해 어느 귀족이 주문한 옷에 오줌을 갈긴다.
   재판정에서, 사교는 바비도에게 겉으로는 온유한 체하며 죄과를 인정하고 뉘우칠 것을 요구하나, 바비도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며 스스로 '인간 폐업'을 선언한다.
   형장에는 바비도의 화형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산을 이룬다. 약하고 몽매한 민중들은 세상에 대한 그들의 원망과 증오를 바비도에게 모조리 퍼붓는다. 그들은 바비도에게 발길질을 하고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한다. 이때 태자 헨리가 나타나 바비도에게 말을 건넨다. 그는 바비도를 구해 주겠다며 죽기 전에 죄를 씻을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바비도는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겠노라'고 빈정댄다.
   사형대에 올라 불을 지피는 순간, 태자는 돌연 불을 끄고 바비도를 내리라고 명령한다. 바비도의 용기와 신념에 감동하여 바비도를 무조건 살려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비도는 태자의 동정을 뿌리치고 당당히 화형을 맞는다.
이 소설은 한 제단직공이 부폐한 교회에 대하여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싸운 기록이라 볼 수 있겠다. 바비도는 교회에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결국에는 화형을 당하게 되지만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그는 선택할 것이다. 이는 바비도의 말에서 선명히 나타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산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죠.”
썩은 교회는 존재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이는 썩어 문드러진 시체가 움직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상통한다.
헨리는 마지막에 바비도를 보면서 그가 이때까지 이란 비겁한 놈의 겉치장이요, 정의는 권력의 버섯인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그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헨리 태자가 바비도 앞에서 굴복하면서 바비도가 얼마나 선명하게 위선이란 허울을 뒤집어 쓴 성직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싸웠음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