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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외톨이
작성자 조은비(초6) 작성일 2003-12-26
작성일 2003-12-26
나는 외톨이입니다. 친구도 없고, 나를 받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단지 내가 하는 일은 나의 또래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녹슨 페인트통을 들고 구걸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람들의 사이를 비집고 걸어갈 때는 내 몸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와 헤진 옷이 보기에 안 좋다며 나를 벌레보는 듯한 눈길로 나를 피합니다. 심지어 나만한 또래의 아이가 나를 지나칠 때는 보란 듯이 욕을 합니다. 처음에 이 일을 맡았을 때는 마냥 울고 싶었습니다. 고아원에서는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알고 슬퍼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다 보니 부모님이 야속했으며 나 자신도 홀로 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3년 전 나는 그 감옥같은 고아원을 떠나서 자유로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삷은 나에겐 생지옥이였습니다. 배가 고프면 구걸을 해야했고, 조금이나마 돈이 모였을 때 운나쁘게도 형들에게서 돈을 빼앗기는 일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껌팔이도 해 보았지만 위생에 안 좋다며 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생활을 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겨우 14살의 소년일 뿐이였습니다. 나에겐 크리스마스도, 어린이날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한 날에도 난 구걸을 해야 했습니다. 옷은 검게 닳고, 내 얼굴은 시컴한 검댕이로 먹칠이 되었습니다. 오직 비가 오는 날에야 빗물로 얼굴을 씻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지요. 나는 따뜻한 가정이 부러웠고, 친구들이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으며 내가 구걸하는 시간에 맛있는 고깃국을 먹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부러워 안달이였습니다. 나는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동안 죽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나를 빨리 거두어 가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다니..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교회에서 종이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밝은 찬양의 노래가 하늘 높이 흘러 퍼집니다. 난 생각했습니다. "진정 저들이 하나님을 믿는다면 왜 나같은 아이는 돕지 않는걸까. 그들은 겉으로만 행세하지. 하나님이 속고 있는 거라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나는 되도록 이면 교회에서 멀어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교회 담벼락에 누군가 있습니다. 사람인지, 동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습니다. 3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담벼락에 기대어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고 슬리퍼를 신고 있습니다. 이런 추운 겨울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니. 그 아저씨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눈을 슬며시 뜬 채 나를 쳐다봅니다. 그 모습이 무서워 나는 뒤돌아 서둘러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가까스로 말을 겁니다.
"제..제발요.. 그냥... 가지 말아...주..세요...."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미안했습니다. 뭔가 사연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고서 그 아저씨를 부축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저씨는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저씨, 추운 겨울에 이러고 있으시면 안 돼요. 빨리 집에 들어가세요. 어서 집에 가셔야죠. 얼어죽겠어요"
"....... 나..나도.. 가고 싶은데.... 못..가요"
"......."
그 아저씨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자니 나까지도 울컥해지는 느낌이였다. 나는 내가 걸치고 있던 외투로 그 아저씨의 얼굴을 감싸주었다. 하.. 너무 춥다. 나는 이제 긴팔 하나만 달랑 걸치고 있다. 그리고 긴 바지.. 누군가 신고 버린 듯한 운동화.. 아저씨는 더 추울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말했다. 아저씨의 얼굴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거의 시체와 같았다. 나는 아저씨에게 동정이 갔다. 그 아저씨 옆에 꼭 붙어서 차가운 몸을 안아주었다. 되도록이면 그 아저씨에게 열이 가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나도 너무나도 추웠지만 아저씨의 혈색이 좋아지는 것같아서 계속 그 자세로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가 추위에 타지 않는다면 집으로 갈 수 있어요. 가고 싶댔죠? 어서 몸을 녹이고 가족에게 가세요. 나는... 없어서 못 가거든요........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아저씨는 말을 더듬지 않고 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아저씨가 아직도 추위에 떤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마음이 안정되고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우두커니 있었다. 오직 고마워요, 고마워요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우린 그렇게 꼭 붙어서 잠을 청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다니.. 감옥에서 탈출한 탈옥자인지도 모르고, 무슨 범죄를 져지른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나같은 사람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그 아저씨의 소리를 들으며 나도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한 방울씩 흘려보냈다.,,, 교회 종이 울렸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웃으면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난 이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어났다.
"아저씨, 사람들을 불러 올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니예요... 부르지 마세요.. 난 또 한 번 죽기 싫어요.. 부탁할께요"
"하지만.."
"그게 저에겐 더 나은 길이예요..^-^"
아저씨, 웃기 힘들텐데.. 추위에 얼어붙은 얼굴 일부러 미소지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나 여기 있을께요... 근데.. 그게 아저씨를 위해 잘 하는 일인가요?

나와 아저씨는 잠을 청했다. 우린 그렇게 붙은 채 아침을 맞이했다. 그 때 들리는 소리.. 햇빛에 의해 나는 눈 뜨기도 힘들었다.
"이보세요, 이제 일어나야죠. 아침인데.."
나는 그 소릴 듣고 눈을 힘겹게 떴다. 아.. 또 교회청소부인 게 분명해. 그래, 일어날테니까 날 좀 쫓아내지 말아주세요.. 아니! 내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어젯밤의 아저씨였다. 혈색이 좋아보였고, 상당히 바뀐 듯 했다. 아저씨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미는 빵 한개.. 며칠동안 굶은 나였지만 이런 아저씨가 너무나도 고맙고 놀라워서 그 아저씨만을 응시했다. 어제..그 곧장 죽을 것만 같았던 아저씨. 이젠.. 너무 건강해 보인다..
"뭘 그렇게 봐요? 빨리 먹어요. 오늘은 너무나도 즐거운 아침이예요."
그 아저씨는 즐겁게 웃어댔다. 아저씨가 너무 친근한 것을 느꼈기에 난 아저씨가 준 빵을 고맙게 받아들었다. 이 아저씨가 나한테는 꼭.. 가족같고도 친구같이 느껴져서 너무나 기쁘다.. 나는 아저씨의 웃음을 보며 말했다.
"아저씨, 이제 괜찮은 거예요? 이제 집에 갈 수 있겠어요? 혈색이 많이 좋아보여요. 불편한 거 없나요?"
이런.. 나는 단지 괜찮다고만 물으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실례되는 행동을 한 게 아닌가.. 그러나 아무래도 좋다는 듯 아저씨는 속시원하게 말했다.
"고마워요. 난 지금 너무 건강해졌어요. 지금 병원에 갔다 오는 길이예요. 사실, 나는 위독한 환자였어요. 병명은 이야기하지 않을께요. 그건 나중에..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아요. 저는 몇 개월동안 병원에 머무르다가 수술준비를 하는 도중 병원을 도망쳐 나왔어요. 그런데 너무 춥고.. 그런데 학생을 만나 이젠 더욱 좋아졌대요. 하하.. 정상 체온을 유지하면서 맑은 공기를 쐬어 기적같이 더욱 좋아진 거예요. 정말.. 말로 어떻게 표현을 못 하겠어.."
그 아저씨는 정말로 다른 사람 같았다. 예수님이.. 아저씨를 살려 주신 걸까. 착한 아저씨를 예수님이 보시고 구원해주신 걸까.. 아저씨, 축하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겠어요.
"아저씨, 축하해요. 집...으로 이제 가실 수 있겠다.. 가족이랑... 오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낼 수 있겠다.."
하~ 왠지 아쉽다. 내가 세상에 난 후 처음 만난 친절한 아저씨. 친절한 사람. 그런데.. 이 아저씨는 행복해 졌는데.. 난 그대로네. 아냐! 아저씨가 살았으니 하나님이 날 보시고 대견해하셨을꺼야. 그래.. 하하.. 오늘은 해피 크리스마스!
"난.. 가족이 없는데.. ?! 나 혼자만 살아서.. "
"아, 그래요? 그래도 다시 원래대로 살게 될 테니까 축하드려요. 오늘은 웃어요."
"그래서 말인데... 실례가 안 된다면... 내가 학생이랑 같이 살면 안 될까? 생명의 은인이니까..^-^"
아! 내가 잘 못 들은 걸까? 심장이 멈춰 버리는 것만 같았다. 저 멀리서 까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래.. 까치가 날 축하해 주는 거야.
"정..정말요?"
"그럼! 나도 외로운데 잘 되었네! 자식도 없고.. 이제 우리 함께 살아봐요. 부담 갖지 않고.. 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기를"
"고마워요..,정말.. 아저씬 정말 친절하셔요.. 감사해요.."
나는 울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저씨는 교회를 향하여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셨다. 아저씨의 눈에서도 이슬같은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은 이번 크리스마스 날 생에서 제일 중요한 선물을 받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외톨이가 아닙니다. 서로 사랑하며 사는 마음, 이제야 배웠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