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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 우리 아버지께.<'아버지'를 읽고>
작성자 박효정 작성일 2004-01-20
작성일 2004-01-20
<아버지를 읽고나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아빠의 분신 둘째딸 효정이예요.
2학년을 정리하는 겨울방학에 예전에 읽었던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되면서, 아버지께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고 아버지란 말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저의 가슴에 남아버렸어요.    

  이 책은 저에게 세상의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게 만들어준  책 이예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동안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하고 새롭게 깨달은 부분도 많아요.

  예전에 전 '아버지'란 존재를 그냥 항상 내 옆에 있어주는, 내가 필요할 때 내게 도움을 주는, 무조건 내 편만 들어주시는 그런 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세상 모든 '아버지'란 존재는 제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영원히 주기만 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받고 싶어하고, 쉬고 싶어 하고, 힘들면 지치기 마련이고, 뭔가 기댈 곳이 필요한 사람이란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도 세월 따라 나이를 드시게 되겠네요.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실까요. 상상이 안되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계실 순 없는 건데, 변해버리는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요. 하지만 모습은 변하지만 마음만은 똑같으리라 믿어요. 아버지가 70노인이 되고, 제가 40대 아줌마가 되어도, 전 언제나 철부지 딸로 아버진 언제나 주시기만 하시는 멋진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계시게죠? 밤낮으로 걱정만 하시는 그 마음은 세월도 이길 수 있을 테니까요. 제 생각이 맞죠?

  이 책의 아버지는 갑자기 병에 걸려요. 하지만 가족들에겐 말을 하지 않죠. 점점 대화하는 말수도 적어지는데, 읽으면서 참 많이 안타까웠던 적이 많아요. 그리고 나중에서야 이 책의 아버지가 병에 들었단 사실을 가족이 알게되죠. 그때부턴 조금씩 대화도 늘어가고, 무관심으로 대했던 아버지를 관심으로서 바라봐요. 얼마 가진 않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아버지는 행복해 하는 걸 느꼈어요. 생전 해주지도 않던 고운 말들..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버리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삼켰어요.  
  마지막 부분에 그의 아내가 '수줍은 사람. 그걸 직접 전해주지 못하고 그렇게 숨겨 보관하고 계셨군요. 얼마나 감추느라 애썼어요. 당신 손으로 목에 걸어주고 손에 끼워줬으면 더 고왔을 텐데요..'라고 혼자 말하는 부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부분이였죠.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였어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제는 항상 보호를 받기만 했던 제가 언젠가는 아버지를 보호해 드릴 것이고, 항상 아버지에게 타 쓰던 용돈을 이제 몇 십 년이 흐른 후에는 제가 아버지 손에 쥐어들일 것이고, 제가 받아왔던 사랑을 언젠가는 아버지께 그대로 다 돌려드릴 거라고 맘속으로 다짐했어요. 그러니까 저의 사랑을 받으시려면 오래오래 사셔야겠죠? 이 기회에 담배를 끊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올해엔 금연해요. 아셨죠?

  이 책의 아들, 딸은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에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요. 뒤늦은 후회를 하죠. 저는 그런 바보 같은 짓 안하려구요. 아직 같이 할 날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제가 받았던 사랑을 배로 돌려 들릴게요. 담배대신 제 사랑을 피우세요. 그럼 건강도 좋아지실 거예요. 그리고, 눈이 많이 안 좋으신데, 아버지 건강도 챙겨가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 동안 항상 숨기고만 사셨잖아요. 이젠 그러지 마세요.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이 될 때면 제 옆에서 모습이 변해버린 아버지를 생각하니 낯설어지기만 해요. 언제나 든든한 모습으로 제 옆에서 제가 혹시나 엎어지기라도 하면 항상 밝은 웃음으로 손을 내밀어 주시던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도 사람이고 한해가 지나갈수록 우리와 똑같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 이제야 깨닫다니 저도 참.. 그래도 비록 겉모습은 변하지만, 제 마음은 변하지 않겠죠?

  어깨가 무거우시면 조금씩 내려놓으세요. 저희가 조금씩 나눠들고 가면 되잖아요. 이젠 아버지의 짐을 조금 덜어들일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세상에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게 너무 자랑스럽고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태어나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무지 감사해야 하는데 그 동안 너무 철없이 굴었네요. 앞으로의 일은 모르지만 착한 짓만 하고 살게요. 약속 할 수 있어요.

  아버지.
  늘 한결같은 사랑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겉으로 투정부리고 못된 말로 가슴에 상처를 남기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라는 걸 잊지 마세요.

  항상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관심으로 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옆에서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셔셔 감사합니다. 항상 제게 '아버지'란 존재로 옆에 계셔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