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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내 인생의 영원한 친구-'아빠는 내 친구'를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4-02-05
작성일 2004-02-05
밤새도록 눈이 내렸나 봅니다.
대문 옆 파란 플라스틱 통 위엔 먹음직스럽게 내려앉은 하얀 찐빵이 금방이라도 김을 내뿜을 듯합니다. 담 너머 감나무의 메마른 가지에도 하얀 눈꽃이 사슴뿔처럼 돋아났습니다. 아직도 눈발이 찬바람과 함께 흩날립니다.
이런 날씨에는 컴퓨터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실컷 하고 싶지만, 아마도 그랬다간 내 다리몽둥이가 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할 수 없죠, 뭐. 컴퓨터실에 다녀와서 동화책이나 읽는 수밖에.
오늘 내가 읽은 책은 ‘아빠는 내 친구’라는 창작동화집입니다. 글은 소설가이신 이승우 선생님이 쓰셨고, 그림은 방영숙 선생님이 그리셨습니다.
나는 글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각 장마다 예쁘게 그려져 있는 그림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 놓았던지, 그림만 봐도 책의 내용을 다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나와 우리 아빠 사이의 얘기를 누군가가 글로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좀 보탠다면 평소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고나 할까요?
굳이 책 내용과 우리 집 이야기를 비교 해보지 않더라도 몇 가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우선 두 집 다 아빠가 집에 계신다는 점이 같습니다.
물론, 우리 아빠는 한길이 아빠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는 아닙니다. 몇 년 전에 사업에 실패하신 뒤론, 밖에 나가시는 날보단 집에 계시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일이 없는 날엔 시간도 때울 겸 취미 삼아 글도 쓰시고, 내 공부를 돌봐주십니다.
그러나 한길이네 집처럼 엄마가 집에 계시지는 않습니다. 우리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니셔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선 한길이가 좀 부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빠가 집에 계시는 날이 많으니 괜찮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엔 더욱 그렇습니다.
두 번째 닮은 점은, 한길이 아빠와 우리 아빠는 자식을 친구같이 대해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아빠가 한길이 아빠보다 자식을 더 친구같이 대해주는 것 같습니다. 허리가 많이 아프신 데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아픔을 참고 레슬링까지 하며 놀아주시니 말입니다.
물론, 친구처럼 지내는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우리는 축구보다는 배드민턴과 레슬링을, 컴퓨터 게임보다는 책 읽는 걸 더 즐겨합니다. 그리고 소시지나 냉면보다는 된장찌개와 수제비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도 아빠가 자식을 친구같이 대해준다는 점은 똑같으니, 닮은꼴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도 있습니다. 한길이 아빠는 한길이가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냥 너그럽게 감싸주시지만, 우리 아빠는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똑같은 잘못을 자꾸 되풀이하면, 아주 엄하게 다스려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하십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눈가엔 눈물자국이 남아있답니다. 왜냐하면 오늘도 아주 호되게 매를 맞았거든요. 방학숙제를 한답시고 책과 공책만 펴놓고는 하루종일 딴 짓만 하다가, 결국 엉덩이에 불이 나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빠가 여러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정신 못 차리고 말을 듣지 않은 제 잘못이죠.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길이는 한마디만 타일러도 금방 알아듣는데, 나는 엄한 꾸중에다 매까지 맞았는데도 똑같은 잘못을 자꾸 저지르니 말입니다. 어쩔 땐, 잘못은 내가 저질러 놓고 매를 든 아빠만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론 매를 때리는 아빠를 원망하기 전에, 내 자신의 잘못부터 고치도록 해야겠습니다.
아참, 우리 아빠가 한길이 아빠보다 더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선생님이 되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엄하면서도 좋은 아빠로, 신나게 놀 때에는 스스럼없는 친구로 지내지만, 공부를 할 때에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선생님으로 “변신!” 하십니다. 그래서 나는 아빠 덕분에 학원엘 여기저기 많이 안 다녀도 된답니다.
그리고 우리 친구들은 여러 아빠들 중에서 우리 아빠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 놀러오면 나하고 노는 것보단 우리 아빠랑 노는 걸 더 좋아하지요. 또한 아빠는 그런 친구들에게 언제나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해 준답니다.  
나는 아빠가 환하게 웃을 때면 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빠가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덩달아 따라 웃게요!

나는 한길이완 다르게 몸이 좀 허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아예 친구들과 싸워 볼 엄두도 못 내지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친구들이 내게 먼저 싸움을 걸어오지도 않는답니다. 그러나 한길이는 나와 다른가 봅니다. 덩치가 커서 친구들과 싸움 날까봐 부모님께서 항상 걱정하시니까요. 한길이 아빠와 우리 아빠는 비슷하신 것 같은데, 나는 왜 한길이처럼 튼튼하지 못할까요? 내가 음식을 가려먹어서 그럴까요?
그런데 이 책에서 나를 놀라게 만든 구절이 있습니다. <‘아빠’라는 이름은 원래 지게 되어있는 이름이다>라는 구절이죠. 왜 아빠는 져야만 할까요? 내 머리론 얼른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럼, 우리 아빠도 ‘아빠’라는 이름의 뜻을 알고 있을까요? 그 이름의 뜻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나한테 져 주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과연 자식에게 져 주기만 할까요? 그렇다면, 자기 자식을 버리는 나쁜 아빠들도 있다는 데, 도대체 그런 아빠들은 왜 그랬을까요? 궁금합니다. 참된 아빠의 모습은 과연 어떤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내가 이담에 아빠가 되면 알 수 있을까요?
아무튼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시는 ‘아빠’라는 이름은, 정말 위대한 이름입니다. 비록 아빠가 나를 위해 친구가 되어준다고 해도, 아빠에게 함부로 행동해선 안됩니다. 우린 항상 아빠의 은혜를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내 친구가 되어 준 아빠를 기쁘게 해드려야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할 일 스스로 알아서 하고, 거기에다 공부까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인물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아빠가 내 친구가 되어 준 것처럼 나도 아빠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아빠가 아무리 늙고 병들었다 해도 절대 외면해선 안됩니다. 아빠가 그렇게 되셨다면 그게 모두, <나> 때문일 테니까요.
‘늘 나를 위해 희생하시고, 항상 져 주시는 아빠,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