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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이에게 -'아버지와 아들'을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4-02-25
작성일 2004-02-25
한국아, 안녕? 나는 광주효동 초등학교에 다니는 영우라고 해. 이제 며칠 후면, 곧 6학년이 되지.
겨울방학 동안에 ‘아버지와 아들’이란 책에서 만난 너희 부자(父子)는, 우리 부자의 성격이나 행동, 그리고 신체 조건까지 너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덜렁대길 좋아하고 엉뚱한 구석이 있는 너와 나. 그리고 평소엔 자상하시다가도 한 번 화나면 엄청 무섭게 변한다거나, 또 술을 무척 좋아하시는 너의 아버지와 우리 아버지. 아참, 우리 아버진 손가락 잘린 것까지 너의 아버지랑 똑같애. 정말 신기하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갑자기 너랑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니?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거야. 그러니까 이 편지 읽고 나서, 너도 나랑 친구가 되길 원한다면 답장을 보내 줘. 알았지?

참으로 속이 깊은 한국아!
맨 처음 네 별명이 ‘애늙은이’라고 했을 때, 난 네가 어린이답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넌 애늙은이가 아니라 무척 속이 깊은 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아직 12살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건강과 수술비 걱정까지 하다니 말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질 못했어. 어려운 우리 집 형편은 생각지도 않고,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주신 용돈을 함부로 쓰고 다녔었거든? 사실, 몇 년 전에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한 뒤론 우리 집 형편이 아주 안 좋은 데도 말이야. 나도 앞으로는 용돈을 아껴서 저축하고, 또 공부도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희망과 용기를 드리는 착한 아들이 되어야겠어.

엉뚱하지만, 착해서 좋은 한국아!
넌 정말 엉뚱해. 주문을 외우면 거울에 자신의 미래가 보인다며 친구들한테 엉터리 주문을 외우게 하거나, 또 산부인과 병원의 분만실 앞에서 누가 나이를 물었을 때 “네, 5학년입니다!”라고 외친 것은 정말 너다운 짓이었어. 그렇지만 너의 그 엉뚱함이 때론 좋은 결과로 나타났을 땐 나도 기뻤어.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을 때, 아버지의 우울한 마음과 착 가라앉은 병실 분위기를 너의 엉뚱함으로 즐겁게 만들었잖아. 그런 면에서 보면 너는 개그맨을 해도 아주 잘 할 것 같아. 너의 그 많은 꿈들 중에, 혹시 '개그맨'은 들어있지 않니?

꿈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한국아!
난 꿈이 많은 네가 좋아. 네 모든 꿈은 너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한 꿈이잖아. 그러니까 한가지 예를 들자면, 네가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이 간절하게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하나도 아프지 않게 쑥쑥 낳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잖아. 나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너의 착한 마음씨가 정말 부러워.
그렇지만 나는 부끄럽게도, 내 자신만을 위한 꿈을 가졌었어. 내 꿈은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건데,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닌, 프로그램을 많이 팔아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거든. 물론 부자가 된 후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야.
앞으로는 항상, ‘나보단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한국아! 아무래도 내가 너한테서 본받아야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아. 나중에 너랑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땐 좀 더 새롭게 변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게. 알겠지? 그럼 그 때를 기다리며 이만 연필을 놓을까 해. 아참, 우선은 네 답장을 빨리 받아봤으면 좋겠다.
그럼, 너의 답장을 기다리며. 안녕~!

2004년 2월 25일 수요일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영우가

(예비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