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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내 마음은 맑음 12
작성자 유예지 작성일 2004-05-22
작성일 2004-05-22
이제 끝이다. 나를 얽매여 괴롭게 하던 애버랜드 소풍도 매일매일 달라지던 친구들의 관계도 모두 이제는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책처럼 탁 덮어버려 사라진 기분이다.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내 마음도 몸도 가뿐하다.
하지만 '모든 게' 가뿐하다는 건 아니다. 얼마 뒤면 중간고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중간고사만 빼면 정말 마음은 가볍다.
지금,우리 반 여자애들만 친구들로 고르고 사귀려 하는 건 아직 좀 무리라는 게 내 판단이다. 작년에 절친했던 친구들도 수련회가 있던 6월 뒤에서야 친해졌건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 6월까지는 2달이나 남았다. 아직은 여유롭게 지내도 그다지 영향은 없을 것같다. 그동안 작년 친구들이었던 아이들이나 우정이나 꾹꾹 다져놓아야겠다.
나는 이렇게 마음이 가볍지만 엄마의 눈초리는 웬지 부드럽지 않다.
"넌 도데체 친구 사귀고 한달을 못 가더라"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이렇게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리는 건 내 타고난 성격인 것을.
오늘은 하얀이가 건네던 인사한마디, 유정이가 묻던 질문 하나, 영원이가 답해주던 질문들이 마음 속에 '친구들' 이란 통장 속에 하나하나 저금 되어있다.
"맑은아. 안녕~!"
"맑은아. 넌 드리블 몇 초 나왔어?"
"음, 나는... 과일은 오렌지, 동물은 캣!"
6월의 어느날 친구들과 다가서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 날들을 대비해서 저금해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이 생각하니까 정말 기분좋다. 내 마음처럼 오늘 날씨도 정말 좋다. 맑은 하늘에 햇살이 가득 내가 앉아있는 자리까지 따스하게 들어온다.
그동안 볕 안들던 내 마음 속이 이제 밝아지려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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