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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내 어린 시절이 그대로 시속에 있네요
글쓴이 꿈꾸는별
내 어린 시절이 그대로 시속에 있네요. -아니, 방귀 뽕나무를 읽고

동시 쓰기를 좋아하는 아이 덕에 마흔이 다 되어서도, 동시를 읽는 고운 마음을 선물 받고 흐뭇한 마음입니다. 이동시집은 2학년 큰딸에게 선물 하려고 산 책 인데, 선물하기 전 제목이 재밌고 해서 제가 먼저 읽기로 했습니다. 1부 2부 3부로 나눠져 있는 이 시집은 아련히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씩 끄집어 내 주었습니다.

연 노란색 1부 ‘난 번데기가 아니야
우리 일상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을 어쩜 이렇게 재미나고 맛깔스럽게 표현했을까 감탄했죠. -잠자는 사자-를 읽으면서 아이아빠를 생각했어요. 늘 코를 심하게 골아서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자는 걸 거부한 적이 있었는데……. 삽화의 늘어진 어깨가 아이들 아빠의 어깨가 아닌가하여, 잠시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도둑끼리 들켜서-는 장끼와 아이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콩밭에 들어갔는데, 서로 마주치자 얼마나 놀랐을까요. 장끼의 놀란 마음과 아이의 놀란 마음이 느껴져 왔어요.
-외할머니-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아련한 아픔을 느꼈죠. 아이들에게 외할머니가 없다는 건 마음 한 구석에 푸근함이 없는 게 아닐까하여 미안 마음이 들었어요. 참 재미있는 동시였는데, 네게는 코끝까지 짠하게 하는 동시였어요.


연 하늘색 2부 ‘미안하다 바퀴야’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가는 동시들이었습니다.
- 아파트 1, 2, 3-우리가 살아가는 아파트를 서랍으로 표현하고, 우리의 오장육부로 표현한 부분이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인가 하여 시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내 머리위에 내 발 밑에,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게 신기했는데…….
-냉국 타령- 더운 여름엔 오이냉국이 최고지요. 얼음 동동, 오이 송송, 미역 둘둘 말아 먹는 그 시원함이 입 안 가득 느껴져, 침이 꼴깍 넘어 가네요.
-포도를 먹으며- 여름이 지나가는,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히던, 어느 날 포도과수원에서 막 따낸 포도를 씻지도 않고 먹던 일이 생각났어요. 쿡 하고 웃음이 나네요. 우리 큰아이 때문에 포도 씨가 싫어서 포도를 안 먹는다는 아이. 이 시를 읽으면서 어떤 표정일까? 상상이 가네요.

연 보랏빛 3부 ‘지워지지 않는 보랏빛’
그 속에 내 어린 시절이 어려 저절로 웃음 짓게 하는 시들이 많았습니다. 돌아보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삼십년이라는 세월이 있네요. 그때는 참으로 좋은 일들이 많았는데. 나이를 먹는 다는 건 추억을 그리며 사는 게 아닐까 합니다.
-지나가는 비- 시골에 사신 분이라면 지나가는 소나기에 하던 일 집어던지고, 달음질 쳤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널어놓은 빨래 때문에, 혹은 장독뚜껑을 닫으려고 뛰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여우비처럼 해가 말가면서도 비가 오는 날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였어요.
- 은행을 주우며- 은행은 구워 먹으면 맛있죠. 하지만 은행을 딸 때는 냄새가 정말이지 참을 수 없을 만큼 고약하지요.
그 고역스러움을 참아내야만 노란 은행속살의 알싸한 맛을 볼 수가 있지요.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 지렁이- 지렁이는 우리의 땅을 기름지게 하는 이로운 동물입니다. 하지만 생김새 때문에 좀 징그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해가 뜨면 죽고, 닭은 지렁이를 좋은 간식거리로 생각하겠죠. 텃밭이나 꽃밭으로 옮겨주면 더 맛있는 채소를 먹을 수 있고, 더 고운 꽃을 볼 수 있을 텐데……. 시인의 고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말대로 정말 맛있는 동시를 읽었습니다. 몇 년 동안이나 공들여 싼 김밥을, 몇 시간 만에 다 읽어버린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선생님, 제 아이의 꿈이 동시를 쓰는 거라고 하네요. 선생님처럼 재미있고 사람들 마음에 행복을 담아다 주는 그런 시인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