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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삶이 아름다워야...
글쓴이 안희찬
5월의 푸르름을 창가에서 맞이하기엔 너무 서러워 등산화를 신고 얼릉 그리운 애인에게 달음쳤다.
내 애인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오늘은 연둣빛 옷단장으로 솔내나는 향수를 뿌리고는 살랑살랑 내게 밀어를 속삭인다.
철따라 옷을 바꿔가며 온갖 악세서리로 치장을 하며 나를 유혹하는 그대의 어여쁨도 으뜸이지만 나는 나를 향한 그대의 변함없는 그 마음이 미덥고 이뻐서그댈 찾는다.


내아이는 나처럼 이런 소박한 즐김도 없이 바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월화수목금토일 을 돌기에도 너무 바쁘다.
그런데도 중간고사, 기말고사,수행평가, 학원숙제 ... 집에오면 파김치가 된다.
대화는 커녕 말하기도 힘들어하는 아이를 지켜만 볼뿐...
그저 지켜보기에도 안쓰러워 정말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는지 회의를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자연의 빛깔이 이리도 아름답건만, 느껴볼 여유도 없이 그저 쳇바퀴만 열심히 돌려야할뿐, 아이의 가슴은 여전히 휑하게만 보일 뿐이다.
이렇게만 사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도망도 가고 싶었지만,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 자위하고, 합리화 하고 만다.
솔직히 토해내 보면 세상사 욕심에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저 나만의 욕심인건 아닐지...


아이가 초등학교때 나는 책읽기를 열심히 시켰다.
그런대도 이상하게 글쓰기가 안 되었다.
남아라 그렇다 여겨 기다려도 보았지만 여전히 잘 되지 않았다.
논리적이나 토론글은 제법 쓰는편인데 생활글,감상글,일기글등에는 감동이나 느낌이 살아있지 않았다. 요즘 생각하면 무식이 이루 말할수도 없지만 그때 나는 아이를 많이 다그쳤다.
아뿔사!
내가 얼마나 무식하고 이기적인 엄마였는지...
그렇게 바쁜 일상속에서 뭘 느끼고, 뭘 보며 살았겠냐구...
미안하다, 내사랑하는 아들!
네가 누릴 아름다운 시간들을 송두리채 뺏어놓고 아름다운 글을, 감동스런 글을 쓰게 했으니....


길가에 숨어핀 이름모를 꽃도 보고
고개들어 계절마다 모양이 바뀌는 구름들도 보고
과학시간 배우는 향기없는 나뭇잎이 아닌 온갖 향내 머금은 나뭇잎도 직접 만져 보고
봉사점수 때문이 아니라 내마음이 우르러 할 수 있는 봉사도 해보고
.....

그렇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삶이 아름다워야 글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던 나는
오늘도 여전히 욕심없는 빈마음이 오히려 버거워
아이앞에서 죄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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