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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미가(采薇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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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리 캐는 노래라는 뜻으로, 절의지사(節義之士)의 노래를 이르는 말.
[采 캘 채/薇 고비 미/歌 노래 가]
사마천(司馬遷)이 엮은 장대한 역사서 「史記」에는 六十九의 列傳이 있는데, 그 제 일은 백이열전(伯夷列傳)이다. 여기에는 전설적 聖人인 백이(伯夷)와 숙제(叔弟)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잠시 그 이야기를 더듬어 보기로 하자….
백이와 숙제는 고죽侯의 아들이었다. 고죽군은 막내인 숙제로 하여금 후사(後嗣)를 삼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은 후, 숙제는 자기가 아버지 뒤를 잇는다는 것은 예에 어긋난다 하여, 형인 백이에게 양보하려 하였다. 그러나 백이는 아버지의 유지에 위배되는 일은 아들로서는 취할 도리가 못 된다 하여 이것을 받지 않아, 형제는 서로 양보하는 형편이었다. 마침내 백이는 자기만 이곳에 없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슬며시 나라를 도망쳐 나갔다. 이내 숙제도 형의 뒤를 따라, 나라를 떠났으므로 國人은 다른 형제를 세워 후(侯)를 삼았다.
이리하여 백이와 숙제는 전부터 仁德으로 이름 높은 서백(西伯-周의 文王)을 그리고 있었으므로, 서쪽 周나라로 향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周에 이르렀을 때는 西伯은 이미 죽었었다. 정세도 크게 변화하였었다.
이제까지 중국 북부를 제압하고 있던 은 왕조의 기초도 크게 동요하여, 西伯의 뒤를 이은 태자인 발(發)은 스스로 무왕(武王)이라 칭하고, 널리 諸侯의 군사를 모아, 大軍을 일으켜 동쪽 은(殷)의 주왕(紂王)을 치려하고 있었다. 무왕은 군중의 수레에 아버지 위패(位牌)를 모시고 있었다.
백이와 숙제는 이것을 보고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周軍이 떠나려 할 때, 두 사람은 왕이 탄 말을 좌우에서 붙들고, 무왕을 간(諫)하여 말하였다.
「왕이여, 父王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는 이제, 그 제사도 지내지 않고서, 戰?에 나가신다는 것은 孝子의 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紂王은 당신의 主君이 되십니다. 신하의 몸으로 임금을 죽인다는 것은 인(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왕은 두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군은 마침내 진군하여 목야(牧野)의 싸움에서 은의 군대를 무찌르고, 주가 은을 대신하게 되었다.
역사의 톱니바퀴는 크게 回轉하였다. 각지의 諸侯도 앞을 다투어 주를 宗主로 섬기는 세상이 되었지만, 백이와 숙제만은 이에 거역하였다. 포(暴)에 對하여 포(暴)로써 對하는 무왕의 처사에 그들은 다소의 합리성도 발견치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主室에 따른다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었다. 信義를 지켜, 주의 속마저 먹지 않으리라 하고 마음에 서약한 두 사람은, 멀리 洞里에서 떨어진 수양산에 숨어, 고비(薇)를 뜯어 목숨을 이었다. 굶어죽게 되었을 무렵,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었다.
登彼西山兮 其薇矣
以暴易暴兮 不知其非矣
神農虞夏忽焉沒兮 我安適歸矣
嗟 兮 命 喪 矣
저 서산에 올라 그 고비를 뜯네,
暴로써 暴에 대하고 그 非를 모르네,
神農, 우(虞), 하(夏) 홀연히 沒하니, 난 어디로 가리오.
아아! 가련다사(死), 목숨이 喪했고나
이리하여 이 「采薇의 노래」로 세상을 걱정하며, 한을 남겨 놓고, 옛 성왕인 신농(神農), 순(舜), 우(禹)의 치세를 그리며, 그네들은 마침내 굶어 죽었다 한다….
영웅 호걸도 아니고, 大學者도 아니며 세상을 싫어하여 아사(餓死)한, 말하자면 이상한 두 老人. 사마천은 그 傳記를 감히 列傳의 모두(冒頭)에 실었다. 그것은 그 도피를 비웃는 것도, 그 행위를 무조건 찬양하는 것도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사마천은 계속하여 「하늘은 항상 선인(善人)의 편이 된다」라는 것을 의심하고, 「天道 是耶 非耶」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發한다. 그리고 이것을 제 일로 하여, 인세의 놀랄만한 만화경(萬華鏡)이라고 할 수 있는 史記列傳의 세계를 전개하는 것이다.
「采薇의 노래」는 이렇게 해서 사마천에 의하여 되살려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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