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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협귀래호(長鋏歸來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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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長劍아 돌아가지 않으련!
[長 길 장/鋏 칼 협/歸 돌아올 귀/來 올 래/乎 의문사 호]
전국(戰國)시대, 제(齊)의 재상 맹상군(孟嘗君)이 식객(食客)을 좋아하여 天下의 선비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중에는 죄가 있는 자, 도망 중인 자까지 섞여 있었다.
어느날 멀리서 맹상군을 찾아온 풍환(馮驩)이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짚신을 신고 남루한 옷차림이었다. 맹상군은 그를 전사(傳舍)라는 三等숙사에 머무르게 하였다. 열흘 쯤 지나 풍환이 어떻게 지내는가 하고 숙사(宿舍)의 사감에게 물어보았더니 풍환은 그가 갖고 있는 단 하나인 장검(長劍)의 칼집을 두드리면서,
長劍아 돌아가지 않으련
이곳 食事엔 고기(魚)도 없다
하고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맹상군은 풍환을 한층 格이 높은 행사(幸舍)라는 숙사에 바꾸어 들게 하였다. 이곳 밥상에는 고기가 딸려 나왔다. 그것으로서 만족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닷새쯤 지나서 풍환은 또다시 장검(長劍)의 칼집을 두드리면서 노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長劍아 돌아가지 않으련
밖에 나가려도 馬車가 없다
맹상군은 풍환을 최상급인 대사(代舍)라는 숙사로 옮겨 주었다. 이곳은 外出하는데 탈 것이
딸려있으므로 이번이야 풍환씨도 만족하겠지 하고 생각하였더니 그렇지가 않아 닷새가 지나자 또다시 풍환씨는 長劍을 두드리면서,
長劍아 돌아가지 않으련
妻子도 없고 집도 없다
라고 노래하였다는 報告였다. 食客의 신분으로선 이는 多少분에 넘치는 태도이었을 것이다. 맹상군도 이에는 불유쾌한 얼굴을 하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 이야기를 「車魚之嘆」이라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食客 三千名이라 일컫는 맹상군인지라, 그 비용을 염출하는데도 큰 일이었다. 그 때문에 채읍(采邑)인 설(薛)의 영민(領民)에게 돈을 貸付하여 그 利子로 치다꺼리를 하려 하였으나 一年이 지나도 利子는 고사하고 원금(元金)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라하여 사감의 추천으로 앞서 말한 풍환씨가 그 돈의 징수원(徵收員)이 되어 떠나게 되었다.
설(薛)로 떠난 풍환은 借用主를 모조리 초대하여 모아들인 十萬錢의 利子로 술을 사고 살찐 소를 잡아 잔치를 베풀었다. 잔치가 한창일 무렵 한 사람 한 사람 借用證書와 대조하고 나서, 지불에 대한 期日과 方法을 절충해 나갔다. 절충이 잘 되어가는 축도 있었으나 그중에는 전혀 갚을 길이 막연한 자도 많았다. 풍환은 利子를 치룰 수 있는 자와는 期日을 약정하고, 아무래도 치루지 못할 자에게서는 借用證書를 옆에 있는 화로불에 던져 태워버렸다. 한자리에 있던 자들이 모두들 깜짝 놀라고 있을 때 풍환은 일어서서,
「맹상군이 제군에게 돈을 貸付한 것은 생업(生業)의 밑천으로 제군들의 생활의 安定을 도모코저 한 것이며, 또 利子를 받는 것은 식객의 뒷치다꺼리를 할 비용에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한테서는 支拂期日을 約束받았고 곤궁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證書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이것이 우리 主君의 참 뜻에 이바지하는 方法입니다. 아무쪼록 이 점을 이해하시고 오늘은 마음껏 드신 다음 내일부터는 한층 더 생업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고 설명을 加했다.
맹상군이 이 말을 듣고 불끈 화를 내며 풍환을 불러들였으나 풍환은,
「받을 수 없는 자에게선 十年을 기다려도 한푼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쓸데없는 證書는 태워버리고, 돈 대신 主君의 의도(意圖)하시는 바나 영민(領民)들에게 납득 시키어 主君의 명예나마 높이고저 한 것입니다. 이것이 어째서 나쁩니까.」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선 당장에 노여움을 거둔 다음, 도리어 풍환에게 感謝의 인사를 올렸다는 것이다. 훗날 재상의 지위를 물러나게 된 맹상군이 失意 끝에 所領으로 돌아갔더니 領民들은 경계선까지 마중을 나와 맹상군을 위로해 주었다. 三千명이나 되는 食客들은 모두 그곳을 떠났지만 풍환 한 사람만은 마지막까지 머물러 있었으며, 후에 제왕(齊王)을 설득하여 맹상군은 또다시 재상의 지위에 올라 앉게 되는 것이었다. (「戰國策」, 「史記」孟嘗君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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