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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입고황(病入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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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이 불치의 상태에 이르러 치유가망이 전혀 없는 상태.
[病 병 병/入 들 입/膏 기름 고/ 명치끝 황]
춘추시대, 진(晋)의 경공(景公)이 위(位)에 오르자 도안고(屠岸賈)를 사구(司寇-司法大臣)에 임명하였다. 이 때가 오기를 기다렸던 속이 검은 도안고는 원래부터 미워하던 진의 명문(名門), 조가(趙家)를 대역적의 자손이라는 죄를 씌워 일족을 모두 참살(斬殺)하고 말았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십여 년 후-
어느 날 경공은 꿈속에서 귀신에게 쫓기어 신음하고 있었다. 그 귀신은 키가 십여 척, 머리털은 길게 드리워 땅에 닿았다. 무서운 얼굴로 가슴을 치면서 경공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의 자손을 죽인데 대하여는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천제(天帝)에게 청하여 너의 목숨을 빼앗으러 왔다!]
문을 부시고 들어오는 귀신에 쫓기어 경공은 안방으로 피하였으나, 귀신은 문을 찢고 엄습해 온다. 경공은 놀라 깨었다. 소름이 끼친 경공은 바로 무사(巫師)를 불러 점을 쳤다.
[그 귀신은 옛날 진(晋)에 대공을 세운 신하의 조상일겁니다.]
[그렇다면, 어떡하면 좋겠느냐?]
[유감입니다마는 이제 와서는 때가 이미 늦었사옵고, 주상의 수명은 신맥(新麥)이 익어도 그것을 잡숫지 못하시고 돌아가시겠습니다. ]
경공은 그로부터 병상에 눕게 되었다. 여러 가지 약을 백방으로 구하여 써 보았으나 쾌차하지 않고 점점 병은 더하여, 할 수 없이 이웃 나라인 진(秦)에 사자를 보내어 명의(名醫)로 이름이 난 고완(高緩)을 부르기로 하였다.
오늘이냐 내일이냐 하고 고완의 도착을 기다리는 경공은 병상에서 또 꿈을 꾸었다.
경공(景公)의 병이 두 동자(童子)로 變하여 코 속으로부터 나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박았다.
[진에서 고완이 온다는데 그 사람은 천하의 명의이니 우리들도 위험하게 되었다. 어디로 내빼면 좋을까.]
[그렇지 황( -橫隔膜)의 위, 고(膏-心臟 밑의 명치 끝)의 밑으로 숨으면 세상에서 드물게 보는 고완일지라도 어찌할 수 없겠지.]
이렇게 말하고 두 동자는 또다시 코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날 의사 고완이 진(秦)으로부터 도착하였다. 바로 경공을 진찰하고 나서
[대단히 말하기 어려우나 병은 황( )의 위, 고(膏)의 밑에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는 침도 약도 이르지 못하는 곳, 이미 쾌차하기는 틀렸습니다. 천명이라고 생각하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경공은 이상하게도 꿈과 부합되는 것을 슬퍼하고 놀라면서도 정말 명의라고 감탄하고, 후한 예(禮)를 하여 돌려 보냈다.
유월도 다 가도 새 보리도 익어, 걷어 들일 계절이 되었다. 공전(公田)에서 배 보리가 헌상(獻上)되고, 궤인(饋人-料理人)이 이것으로 보리죽(麥粥)을 만들어 경공의 식탁(食卓)에 올렸다. 그것을 보고 경공은 일전에 점을 친 무사를 불러,
[너는 날더러 "새 보리를 먹기 전의 수명"이라고 말하였는데 지금 나는 이와 같이 새 보리를 먹게 되지 않았느냐, 불충한 말을 한 놈은 살려 둘 수 없다.]
하며 무사(巫師)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제 경공이 수저를 들려고 할 즈음, 갑자기 배가 불러졌으므로 급히 변소깐에 달려 갔다. 변소깐에 앉자마자 현기증이 나서 똥통 밑에 머리를 거꾸로 박고 떨어졌다. 시중을 들고 있던 측신(側臣)이 더러운 것을 무릅쓰고 꺼냈으나 그 때는 이미 경공의 숨이 끊어져 있었다한다.
이것이 [좌전(左傳)](成公十年)에 실려 있는 [병 고황에 들다]의 이야기인데, 이 말은 병이나 좋지 못한 버릇이 심해져서 회복의 희망이 없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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