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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강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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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흩어진 나뭇잎들은 서릿발이 끼쳐
은종이처럼 번뜩인다.번뜩이는 것을 찾아
하나씩 밟아 본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서리를 밟거든 그 뒤에 얼음이 온 것을 각오하란
말이다. 현은 술이 확 깬다. 저고리 섶을 여미나
찬 기운은 품속에 사무친다.
 이태준/'패강랭'에서
차가운 대동강 물에 말길을 잃고
1937년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며 식민지 조선은 얼음 같은 전시체제에 캄캄하게 갇힙니다. 그 숨막힘이, 분노가, 공포와 절망이 차가운 서리와 얼음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표현되었군요. '패강랭'의 작가 이태준(1904-?)은 "시체와 같이 차고 고요한" 대동강물 앞에서 망연자실 말길을 잃었던 것입니다. [정호용·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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