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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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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진
Ernest Hemingway(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2년에 출판한 작품, The old man and the sea(노인과 바다)는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고, 그림책으로도 출간이 된 바 있다. 또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노벨 문학상을 타기도 했다.
노인과 바다는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이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품이어서 오히려 읽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스토리도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한 구조여서 책을 읽지 않아도 마치 이미 읽은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는 수십년간 혼자서 살아왔다. 그에게는 같이 야구를 볼 아들도 없고 아내도 없 다. 다만 아들이자 친구 같은 존재인 청년 한 명만이 있다. 그는 imagio 라는 미국의 위대한 야구 선수를 좋아한다. 디마지오의 아버지는 어부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디마지오를 더 좋아한다. 그는 잠이 들 때 마다 사자 꿈을 꾼다.
돈도 없고, 힘은 점점 떨어져 간다. 그런 어느날 그는 아주 커다란 녀석을 만나게 된다. 그는 수십년간 바다에서 얻은 지혜로 한 동작, 한 동작 세심하게 대처한다. 마침내 그는 고기를 낚게 되긴 하지만, 그는 안다. 그는 너무나 멀리 와 버렸다는 것, 그가 낚은 고기의 냄새가 다른 고기들을 부르고 말 것이라는 것,그의 몸이 엉망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다시는 고기를 낚을 수 없게 된 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가 며칠 만에 돌아왔을 때, 청년은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그의 늙은 친구는 다시는 고기를 낚을 수 없을 만큼 쇠약해져 버렸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즈음 많은 것들이 나를 힘들게 했던 때였다. 무슨 힘든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그냥 웃을 수 밖에 없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나에게만 있을 법한 그런 불우한 종류의 일들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저 23살의 대학교 4학년생이 경험할 법한 무게의 우울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꼭 알아도 되지 않아도 않을 그런 일들을 생각해야만 하고, 느껴야만 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나이보다 4살이 어린 친구의 여동생은 이미 취직을 해서 부모님께 뭘 해 드릴지를 고민하고 있고, 우리와 동갑인 한 여학생은 토익을 열심히 봐서 900점이 넘었다 하고, 내 친구 한 명은 충분히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면서도 갖가지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과외를 4개씩 한다고 하고, 가장 부러운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별로 부럽거나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런 사소한 일들인데 왜 나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부던히 애를 썼을까, 에서 부터 시작된 그런 종류의 우울이다. 당장 누구를 만나려고 해도 환갑이 다 되신 아버지께 손을 벌려야 하는 사소한 무능함 부터 시작해서 내가 가진 꿈들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불안함.
이렇게 불안한 4학년 여대생이 어느날, 어니스트 헤밍웨이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노인은 그 여대생의 모습처럼 나약하고 외골수에다 무능력한 노인이었다. 그는 잠시간 꿈에서나 있을 법한 커다란 고기를 낚는다. 그는 순간적으로나마 성공을 경험했다. 물론 그 잠시간의 성공으로 그는 간신히 유지하던 자신의 삶보다 더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맘 때가 좋은거야...
이런 말은 누구나 쉽게 한다. 실제로 작중에 나오는 노인처럼, 모두가 그렇게 힘겹게 살아간다, 자기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무게에 허덕이면서. 그러다가 아주 잠시 성공과 행복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성공과 행복이 지나가면 어쩌면 더 형편없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삶의 그 적나라한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 것이 맘에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다시 사자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노인을 바라보는 청년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나온다. 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의 불행을 유감스러워 한다. 행복한 꿈을 꾸는 사람은 노인 뿐이다.
노인이 지혜로운 자라고 한다면, 소설이 다 끝나 버린 그 페이지 다음 페이지로 갈 때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이 주는 신비로움은 그 것이다.
결국 모두가 슬프고 유감스러워 하는 한 인간의 삶이, 주인공이라는 점, 결정권은 그에게만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삶이 그렇다는 것,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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