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집안이 너무도 가난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를 모시며 마을 양반댁에서 허드렛 일을 도우며 품을 팔아 끼니를 이어갔고 있었다.

처녀가 일하는 양반댁에는 수려한 외모와 인품이 단아한 도령이 있었는데 그녀는 도령의 글 읽는 낭랑한 소리에 반해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혼자 가슴만 태웠다. 신분이 다른 처지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단 한번 이라도 도령의 눈길이 자신에게 머물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도령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해 가을, 이웃마을 양반댁 규수와 혼인을 맺어 아내를 맞이했다.
도령을 너무 사모했던 처녀는 그만 병이 들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없는 살림에 약을 써 볼 수도 없었고 또 약을 써서 나을 병도 아니었다. 마침내 자신의 가련한 처지를 비관한 처녀는 적상산 바위 위에 올라 몸을 던져 애달픈 인생을 마감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양반댁 도령을 사모하다 죽은 처녀의 가엾은 넋을 기리며 그녀가 떨어져 죽은 바위를 상사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