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한 마을에 금술 좋은 부부가 살았다. 그러나 이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항상 적적했다. 이들은 아이를 얻기 위해 굿도 해 보고 칠성님께 공도 들여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이 갖는 걸 포기한 농부는
  "여보 우리가 전생에 죄를 지었나 보오. 아이 못 낳은 걸 팔자 소관으로 알고 그냥 지냅시다" 하면서 적적한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승이 찾아왔다. 마당 한가운데 선 여승은 무어라 중얼거리며 한참동안 염불했다.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이
  "당신의 아이는 황새 알인가 봅니다" 하면서 두 내외를 번갈아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들 내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야 할뿐이었다. 잠시후 마음을 가다듬고 보니 여승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한 부부는 여승이 했던 말만 되풀이하며 날을 보냈다.

그로부터 일년, 부부는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산에 나무를 하러갔다. 나무를 한 뭉치 해놓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부부는 조심해서 소리나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들이 가까이 갔을 때 덩치가 집채보다 더 큰 황새가 앉아 있었다. 이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었다. 여승의 말을 다시 기억에 올렸다. 부부는 큰 소나무 뒤로 숨어서 황새가 날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푸드득" 황새의 날개치는 소리가 바람소리 같이 들리더니 마침내 그 황새는 멀리 날아갔다. 얼른 발길을 둥지로 돌린 이들은 놀라움과 기쁨에 서로 얼싸 안았다. 거기엔 언젠가 여승이 말한 황새알이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농부는 조심조심 알을 품에 안고 집으로 왔다. 그러자 그 알이 깨지고 아이가 나왔다. 내외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소원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알에서 나온 아기는 무척 영리했으며 튼튼하게 자랐다. 사람들은 이 아이가 황새알에서 깨어났다 해서 이 마을을 황새골이라 불렀다.

지금은 그 자손 여러 손이 모여서 큰 마을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