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북면 용동리에 까막드미라는 바위가 있다. 큰 바위더미 위에 머리 없는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 처럼 생긴 바위다.

옛날 이 바위 곁에 큰 부자가 살았다. 해마다 재산은 불 일 듯이 일고 식구마다 병이 없이 건강하니 하늘이 내린 복은 혼자서 다 차지한 듯 다복했다. 단 한 가지 귀찮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 집에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일이었다. 하루에도 몇 명씩 아는 손님, 모르는 손님, 잘난 손님, 못난 손님, 남자 손님, 여자 손님들이 찾아오니 그 뒷처리에 진절머리가 났다. 날마다 손님 시중으로 인한 부인의 짜증도 주인은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이 부잣집에 한 스님이 찾아 와서 시주를 청했다. 부자 주인은 스님을 붙잡고
  "우리 집에는 손님이 너무 와서 걱정이니 어떻게 손님을 못 오게 할 수 없겠습니까？ 손님만 못 오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스님은 껄껄 웃으면서
  "오는 손님은 복이라 했는데 왜 복이 싫으십니까?" 하고 농조로 말했다. 주인은 펄쩍 뛰면서
  "복이 다 뭡니까. 손님이 오면 무엇이라도 축이 나지 덕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좀 마음 편하게 손님을 못 오도록 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시주를 많이 드리리다." 하며 계속 청했다. 스님은
  "나무관세음보살!" 하고 한 숨을 쉬듯 낮은 소리로 탄식하고 나서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고 까막드미를 가르치면서
  "저 까마귀의 머리를 도끼로 자르십시오. 그러면 소원대로 손님의 그림자도 오지 않으리다." 하고는 시주도 안 받고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부자 주인은
  "이제 됐다. 온 집안 식구들이 평안히 살 수 있게 됐다". 라고 생각했다.

주인은 도끼를 들고 가서 까막드미 위에 앉아 있는 까마귀바위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돌까마귀 머리가 떨어지며 그 목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불길은 집을 태우고 산을 태우고 밭을 태우고 아예 보이는 것은 모조리 다 태워 버렸다. 졸지에 주인은 집을 잃고 살곳이 없어 움막을 짓고 살게 되었다.

그 날로 부터 식구들이 한사람씩 병이 들어 낫지 않으니 일년이 지나는 동안에 재산은 다 없어지고 거지가 되었다. 거지가 되고 나니 소원대로 손님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까막드미의 까마귀가 원래는 머리가 있었는데 이런 일로 인해 머리가 없어진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