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탄압을 받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원래 와촌 면의 불굴사(佛窟寺)는 굉장히 큰절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골짜기마다 절이 있었고, 채전(채소밭)이 곳곳에 있었다. 그 때는 은해사도 이 절의 말사(일정한 교구의 본사에 딸린 작은 절을 이르는 말)였다.

그러나, 불교가 탄압을 받기 시작하자 스님들은 민간사람들에게도 괄시를 많이 받았었다. 지나가는 과객들은 절에 와서 괜히 중을 업신여기고 "밥 해 달라, 뭐 해 달라" 하며 큰소리를 쳤다. 그러다가 조금만 잘못해 주면 덮어놓고 중을 때렸다. 정말 과객의 폐단이었다. 

하지만 스님들은 과객들에게 항거할 수 없었다. 스님들은 참다 더 이상 정말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때 마침 한 점잖은 과객이 이 절에 왔다. 스님들은
  "여보시오, 우리 절에 손님 좀 적게 오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과객은 그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산 너머 솔밭에 가면 큰 거북 돌이 하나 있는데, 그 거북의 눈을 빼 버리면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들은 과객 때문에 워낙 지쳐 있었으므로 좋아라하며 거북의 눈을 빼 버렸다.

그러자 청천 하늘에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고 비가 마구 솟아지더니 이 산, 저 산이 다 떠내려 와서 절이 다 묻혀버렸다. 암자고 절이고 다 묻어버리고, 큰 '미륵님'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절을 따르던 말사 은해 암자가 큰절이 되고, 이 절이 은해사 말사 암자가 되어 버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