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용이 살았다 하여 구룡이라 불리는 산이 있었는데 그산이 바로 구룡산이라 한다. 이 산은 청도군과 영천시를 경계로 하고 있어 청도구룡, 영천구룡, 자인구룡이라 부르기도 한다. 구룡산은 전설 속의 산으로 처음 구룡이라 명명하게 된 동기가 동해의 용왕이야기와 연계된다.

옛날 동해의 용왕에게 딸이 셋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왕비가 세상을 떠나고, 새 왕비를 맞이하게게 되었다. 새로 들어온 왕비는 처음 전처소생인 세 공주를 사랑해 주었으나 날이 갈수록 계모의 본질을 드러내며 학대가 심해졌다. 이를 지켜보던 용왕은 학대를 받는 딸을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세딸을 육지에 나가 살도록 하였다.

세상으로 나온 용왕의 딸은 해동 조선의 정기를 지닌 명산 『금강산』을 찾아갔으나 이미 그 속에는 용왕의 동생이 터를 잡고, 하늘에 비를 다스리고 있어서 같이 자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남쪽의 태백산 줄기를 따라 살기 좋은 남으로 계속 내려 오다보니 수목이 울창하고 정상이 평평한 좋은 산을 발견하고, 그곳에 영주의 터전을 잡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구룡산 이라 한다.

동해 용왕의 세째딸이 이곳에 터를 잡아 천우를 다스리며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아홉의 자식을 두게 되었는데 이들이 곧 구룡이란 지명의 어원이 된 것이다.

용왕의 딸이 낳은 자식 중 여덟용은 모두 어미의 말을 잘 따르며 효성 또한 지극하였으나 그중 막내아들이 항상 말썽을 부리며 어미의 속을 태웠다 한다. 어미는 항상 막내를 타이르며 바르게 자라기를 바랐지만 한번 빗나가기 시작한 막내의 행실은 바로 잡히지 않았고, 급기야는 용이 지켜야 할 계율마저 저버리고 말아, 어미는 몹시 난처하게 하였다. 그래도 어미는 계속 막내를 설득하며 바른 길을 종용하였으나 끝내 듣지 않음으로 하는 수 없이 동해의 부왕을 찾아 이를 벌해 줄 것을 간청하였다고 한다. 이때 바다의 용왕은 어미의 고생을 어여삐 여겨 용궁으로 다시 부르고, 아홉용은 더 높은 하늘에 올라가 생활하게 하였는데, 이때 승천하게 된 샘이 바로 구룡정이다.

아홉의 용이 높고 넓은 하늘에 올라가 세상의 비와 구름을 관장하며 천우를 다스렸으나, 말썽꾸러기인 막내는 이 또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용왕의 영을 거역하며 본래의 살던 곳을 그리워하였다. 그리하여 구룡산으로 노러다니고 하였는데 그만 용왕의 노여움을 사 병을 얻어 죽게 되었다. 막내용이 죽은 자리가 바로 반룡산이라 전해진다.

구룡산의 아홉용이 하늘로 올라간 뒤로부터 이 산 정상에 생긴 마을을 구룡리라 부르게 되었고, 그 때 용이 승천하였다는 곳은 깊은 웅덩이로 변해 남아있다. 구룡리 북서쪽 건너편에 장재란 자연촌락 앞 냇가에는 용암이라는 큰 바위굴이 있다. 이 굴은 옛날 이곳에 살고 있던 용이 막 승천을 하려는데 난데없이 한 여인의 피빨래 하는 부정한 모습을 보고, 큰 바위에 머리를 받고 승천하지 못하였다는데, 그때에 그 용이 들이받은 바위를 용암이라 부른다. 이 용암에는 용이 살았다는 샘이 있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이 샘의 물은 얼지 않는다 하며, 그 샘은 깊고 물 색깔이 짙푸르므로 아무도 이 근방을 접근하지 않으며 지금도 이 샘가를 지나면 마치 용이 나타나 금세 입에 불을 뿜으며 승천하려는 듯한 으슥함마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