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여수의 뱃길인 거제군 사등면 청곡리 앞 바다에는 마치 여인의 앞가슴과도 같이 나란히 떠 있는 섬이 있다. 사람들은 이 섬을 형제섬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에 청곡리 청포마을에 정다운 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들 형제는 우애도 두텁고 또 효심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효자이기도 했다. 헌데 이들 형제에게는 홀어머니가 있었는데 불치의 병으로 여러 해 앓고 있었다. 이들 형제는 몹시 가난해 봄이 되니 양식이 떨어져 바다 건너 고성까지 가서 양식을 구해 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성은 들이 넓기 때문에 양식을 구하기 쉬워서였다.

이 때가 마침 음력 2월 달로 풍신(風神) 올리는 때가 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형제는 그 위험한 뱃길을 서로 가겠다고 다투었다. 이를 본 홀어머니가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험한 뱃길에 어느 자식인들 보낼 수 없다며 말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간곡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두 형제는 험한 뱃길에 나섰다.

고성까지 무사히 가서 양식을 구해 집 앞까지 다 왔을 때 때마침 돌풍이 불어와 배가 뒤집혔다. 형제는 물에 빠져 죽으면서도 양식 자루를 움켜잡고 어머니를 애타게 불렀다. 형제는 천지신명에게 어머니를 위해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 하였지만 풍랑은 인정도 없이 그들 형제를 삼켜 버렸다. 병든 홀어머니를 두고 저승으로 갈 수 없는 형제는 섬으로 변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 섬을 형제섬 또는 효자섬이라 불렀다. 풍량에 휩싸여 죽으면서도 쌀자루를 놓지 않고 죽었기 때문에 섬의 모양이 쌀자루 같기도 하다고 한다. 지금도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바람이 불 때는 형제섬에서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린다고 한다. 고기잡이를 나가기 전에 이 섬에 와서 수륙대제를 올리면 풍어가 되어 고기도 많이 잡히고 뱃길이 무사하다고 한다.